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의미로 주식시장 용어에 '월스트리트룰(Wall Street Rule)'이라는 말이 있다. 투자한 기업의 경영이 나빠지거나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경우 그저 주식을 팔고 떠나면 그만이라는 의미다. 만약에 절이 싫더라도 중이 떠나지 않고 개선을 요구하면 어떨까. 요즘 주목받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는 월스트리트룰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스튜어드는 주인을 대신해 집을 책임지는 집사라는 뜻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단순히 주식 보유와 그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행동지침, 협약이다. 기관투자자는 자기 돈만 관리한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고객의 돈을 대신 굴린다면 좀 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이 처음 도입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주, 특히 기관투자자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관투자자가 금융회사 경영진의 잘못된 위험 관리를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서다. 현재까지 네덜란드, 캐나다 등 10여개 국가가 도입해 운용중이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이 운용하고 있다. 일본은 상장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해 2014년 도입했고 현재 214개 기관투자자가 참여했다.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인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공표됐지만 '개점휴업' 상태였다. 하지만 대통령이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고 실제 새 정부 출범 후 1호 가입 기관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현재 30여곳이 가입을 준비중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은 하반기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총회에서 기업의 거수기 노릇만 한다는 비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됨으로써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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