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주 사회부 부국장

제주지역에서도 AI가 발생했다. 지난주까지 34농가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 14만5095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처럼 가축전염병은 한번 확산되면 해당 농가는 물론 지역의 관련 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제주지역은 1999년 돼지열병 및 오제스키병, 2003년 소 블루셀라 및 결핵병, 2009년 가금전염병 청정화를 이룩했었다. 그러나 돼지유행성설사가 2014년 4월 도내에 유입돼 현재까지 양돈농가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돼지열병이 18년만에 발생했다. 가축전염병 청정지역 지위가 위협받았다. 타 시도에서는 구제역과 AI가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혔으나 제주는 불안한 가운데에서도 구제역과 AI는 발생하지 않아 청정지역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이번 AI발생으로 제주가 자랑하던 가축전염병 청정화는 무너졌다.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면 농가들은 애지중지 키우던 가축이 살처분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 처리과정에서 소각·매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환경오염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제주산 축산물의 청정 이미지 훼손과 제주산 소비감소 등으로 제주축산업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발행한 '가축위생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질병 발생으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은 축산업 총생산액의 20%로 추산된다. 제주의 축산업 생산액이 1조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000억원대에 이르는 손실이 예상된다.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감염병이나 해외유입 질환도 큰 문제다. 지난 2015년 전국적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근) 사태가 확산됐다. 당시 제주에서는 1명의 메르스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으나 제주 관광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에서 제주로 오려던 수학여행이 취소되고 중국관광객의 예약취소율이 30%를 넘어서기도 했다. 2009년과 2010년 신종플루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관광객이 감소하고 도내에서 열리려던 각종 행사가 전면 취소되기도 했다. 그만큼 감염병은 우리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지난 2013년 처음 발생한 SFTS도 도민을 위협하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도내에서 30명의 환자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올해도 6명이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이밖에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이나 백일해, 수두 감염병 발생률이 전국에 비해 제주가 높아 도민 건강에 위협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는 국제관광지여서 다양한 나라의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으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질병지도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대 의과전문대학원 이근화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0년과 2011년 도내 7개 지역에서 전염병 매개 모기를 채집한 결과 뎅기열 매개체인 베트남 흰줄숲모기와 유전자서열이 일치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또한 웨스트나일열을 옮기는 빨간집모기와 말라리아 매개체인 중국얼룩날개모기도 제주에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전에 없었던 비브리오패혈균에 의한 폐혈증 환자도 발생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감염병 확산이 우리의 삶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했다. 이번 AI 사태는 제주의 축산업이 가축전염병으로 얼마나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제주의 방역당국과 도민, 농가들은 감염병이나 전염병 청정지역 유지를 위해 성공적으로 대처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처럼 한 치의 허점이 그동안 쌓아온 노력을 송두리째 허물 수 있다. 방역당국은 지금이라도 감염병과 전염병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제주를 만들기 위해 방역체계에 대한 세밀한 재점검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정부도 제주가 신종질병의 관문이 아닌 방패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열대질병대응거점연구센터를 제주에 설치하는 등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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