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익 탐라문화연구원 특별연구원·논설위원

미국의 사드(THAAD) 배치 여파로 인해 유커(遊客)들의 한국관광이 줄어들면서 제주지역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빈자리를 내국인들이 채우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요즘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가족단위, 체험중심형 관광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제주관광은 대량관광이 대세였으나 현재는 소규모 체험형 대안관광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생태관광과 녹색관광 등과 같은 대안관광 형태들은 다른 시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 지금까지의 관광객들이 제대로 경험할 수 없었던 차별화된 제주형 대안관광 상품개발이 이뤄졌으면 한다. 제주의 독특한 자연환경과 역사와 문화를 융합시키고 제주인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새로운 관광자원과 콘텐츠 개발이 이뤄질 경우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여기서는 목축관광을 제주형 대안관광으로 제안하고 싶다. 목축관광은 중산간 초지대의 산물이면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목장사 및 목축문화를 융합시킨 관광형태로 목축에 종사했던 제주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목축관광은 초지와 목축문화, 축산업을 매개로 해 도시민과 농촌주민간의 교류형태로 이뤄지는 체험형 여가활동이다. 

우리 지역에는 수많은 목축관광 자원들이 산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목축을 테마로 한 관광상품이 체계적으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역사기록에도 목축관광 자원들이 등장해 목축관광 개발의 필요성을 높여준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과 「탐라순력도」, 「탐라지」에 등장한 국마장과 국마장 경계돌담인 600리 잣성, 제주마와 제주흑우 등을 활용해 체험형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경우, 목축관광은 제주형 대안관광 형태로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목축관광을 시행하기 위한 방안을 보면, 제주도민들에게 많이 알려진 탐라순력도를 활용한 목축문화 체험을 제안한다. 이 지도를 통해 관덕정에서의 공마봉진 체험, 우도 소머리 오름에서 제주목사에 의한 점마(點馬) 체험, 공마선 체험, 말몰이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제주에 정착한 몽골인과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고려말 몽골의 탐라목장을 활용한 목축관광 개발도 의미가 있다. 이 목장을 매개로 몽골인들의 목축문화 및 몽골인과 제주인과의 교류관계, 몽골인의 제주정착, 목호의 난 등은 제주도와 몽골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는 문화콘텐츠들이다. 실례로 수월봉 지질축제에 이 오름 일대에서 탐라목장을 운영했던 몽골인 이야기 등 인문학적 요소를 가미시켜 지질과 역사가 어우러진 지질축제로 만들었으면 한다.

목축 민속 자원들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했으면 한다. 관광객들이 공마해신제, 백중제, 목축 민요 부르기 그리고 최근 'KBS 한국인의 밥상'에 방영된 말테우리 음식체험 등에 참여할 경우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마을 살리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목축관광을 마을 살리기와 연계시켜 시너지 효과를 냈으면 한다. 구좌읍 송당리, 표선면 가시리, 남원읍 의귀리는 목축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마을들이다. 

역사성과 접근성을 고려한 목축관광지 개발을 제안한다. 잣성을 목축관광지로 만들어 잣성길 걷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가시리 따라비 오름과 대록산을 연결하는 잣성, 붉은오름 휴양림 내 잣성, 노꼬매 오름 하단부의 잣성들은 오름 등반과 연계해 걷기체험 유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제주마방목지는 제주축산진흥원이 조랑말 84필(암컷 82필, 수컷 2필)을 방목하는 장소로 목축관광 1번지가 되고 있다.

목축관광 구성요소에는 그동안 목축에 종사했던 제주인들의 정체성과 마을공동체성이 잘 반영돼 있다. 뿐만 아니라 몽골과 조선, 일본의 목축문화가 녹아있어 이야기거리가 풍부하다. 이제 목축자원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는 노력이 더욱 본격화됐으면 하며, 목축관광이 각광받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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