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오는 18일, 몽골에 올레길이 처음 열린다. 10년 전 제주에서 처음 시작된 올레길이 5년 전부터 일본 규슈에서도 열렸는데, 이제는 몽골로까지 확장된다. 제주와 각별한 역사와 인연을 갖고 있는 몽골 초원에서도 제주올레의 상징인 간세와 화살표 그리고 리본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인이 태어나 마을과 사회로 나가기 위해 처음 걷는 올레길이 제주와 세계를 잇는 길이 바라는 마음으로 제주의 장거리 도보여행길 이름을 '제주올레'로 지었는데, 그 꿈이 조금씩 실현되고 있다.  

제주올레는 '자매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걷는 길이 없는 해외 지역에 올레길을 내고 있다. 제주올레 자매의 길은 코스 개발 자문 및 길 표식 디자인을 ㈔제주올레가 제공하며 올레라는 이름 이외에도 걷는 길을 내는 철학부터 간세, 화살표, 리본 등 제주올레의 길 표식을 동일하게 사용한다. 

몽골올레는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시 외곽의 복드항(Bogdkhan)산 코스와 테렐지 국립공원의 칭기스(Chinggis)산 코스로 각각 열린다. 가도 가도 끝없는 초원만 펼쳐지는 길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몽골올레도 자연과 사람을 함께 담고 있다. 

몽골올레 1코스 복드항산 코스는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동쪽으로 25㎞ 정도 떨어진 헝허르 마을에서 시작해 오밀조밀 모인 작은 가게, 동네식당 및 학교 등을 지나면 광대한 평지, 복드항 산의 겹겹 능선, 작은 침엽수림이 올레꾼을 반기는 14㎞의 길이다. 올레길의 시종점을 마을로 정해 사람과 자연을 함께 만나며 길이 지나가는 지역의 경제도 활성화하겠다는 올레의 운영 방침을 몽골에도 똑같이 적용했다. 

몽골올레 2코스는 고르히-테렐지국립공원(Gorkhi-Terelj National Park)에 위치한다. 시작 지점으로 원을 그리며 돌아오는 원형의 코스로 초반 평지구간과 후반 산 구간의 풍광 차이가 드라마틱한 11㎞의 길이다. 강가를 걷는 구간도 포함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테렐지국립공원은 초원 및 거대한 높이의 화강암 덩어리들과 함께 몽골 동북부의 젖줄인 톨 강(Tuul River)이 흐른다.  

서명숙 이사장이 남동생을 데리고 시작한 제주올레가 수많은 사람들의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지금처럼 성장한 것처럼, 몽골올레를 내는 데도 많은 사람들의 힘과 마음이 모아졌다. 몽골올레의 첫 삽은 몽골을 사랑하는 제주인의 모임인 '제몽포럼'의 제안과 국제 문화 관광교류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제주관광공사가 후원함으로써 성사될 수 있었다. 

제주와 규슈 사례를 통해 올레 효과를 알고 있었던 현지 파트너 울란바토르시 관광청은 몽골올레를 생태여행 플랫폼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며 코스 개발과 조성에 열정을 보여주고 있다. 몽골에 진출해 있는 제주기업 MK레미콘(대표 양윤호)은 전 직원이 현장에 나와 코스 조성을 함께 도왔고, 주몽골대한민국대사관, 몽골한인상공회의소 등도 코스 조성에 힘을 보탰다.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 달전 작업해 놓은 올레 표식 일부가 사라져 제주올레 탐사팀은 개장을 앞두고 급히 다시 몽골로 날아가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올레표식인줄 모르는 몽골 주민들과 초원에 풀어놓은 동물들 덕(?)이었다. 

길은 내는 것보다 유지 관리가 훨씬 어려운데, 이 또한 과제로 남아 있기는 하다. 다행히도 울란바토르 걷기 동호회(UB Hiking Club), 몽골한인상공회의소 같은 곳에서 몽골올레 운영 관리에 힘을 보태겠다고 하니 감사한 일이다. 이들은 수시로 코스를 걷고 모니터링하며 표식 관리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몽골에도 건강을 위해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몇 개의 걷기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걷기 문화가 막 시작되고 있는 몽골이지만, 몽골올레는 아직 초기이므로 개인 여행보다는 여러 명 이상의 그룹을 지어 여행하는 것이 안전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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