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문봉선 화백, 김훈 소설가 「남한산성」 100쇄 기념 에디션 참가
실제 풍경 담은 27점 수묵화…글 이상의 감동 전달, 한정판 특별함 더해

마른 붓이 지나가며 혼자 설 수 없어 비틀 거리면서도 운명에 지지 않으려는 의지가 길을 낸다. 거칠한 질감의 종이 위를 거침없이 파고든 검은 먹이 "나는 살고자 한다"는 처절한 고백을 먹는다. 켜켜이 쌓아 올리는 전통적 화법(점묵법)에 얹어진 조용하고 아련한 분위기가 말로를 표현하기 힘든 중압감을 만든다.

김훈 소설가의 「남한산성」이 세상에 나온 지 꼭 10년, 그리고 100쇄를 기념한 아트 에디션에 제주 출신 한국화가 문봉선 화백이 깊이를 더했다. 김 소설가가 연필로 남한산성을 썼다면, 문 화백은 붓으로 그렸다.

문 화백은 이 책에 표지화 외에 묵향을 채운 27점의 수묵화를 담았다. 

소설의 장면이 진경으로 나타나고 그 여운이 먹의 깊이와 붓의 생동감을 통해 전해진다. 

「남한산성」은 전작인 「칼의 노래」와 「현의 노래」에서 다룬 역사의 무게보다 존재의 무게에 집중한다. 성 안에 갇힌 47일 동안 무기력한 인조 앞에서 벌어진 주전파와 주화파의 치명적인 다툼과 조국의 운명 앞에서 고통 받는 민초들의 삶이 날카로우면서도 뜨겁게 그려진다. 충(忠)이란 자신이 생각하는 중심(中)에 마음을 다하는 것(心)이라는 의미를 깊게 각인한다.

이번 에디션에는 특히 책 출간 후 10년이 지나 비로소 털어놓는 '남한산성 못다한 말'이 문 화백의 작품 프린트 3점과 함께 실렸다. 101쇄부터는 문 화백의 그림이 실린 개정 신판으로 출간된다. 학고재. 4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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