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사회부 차장 대우

해가 길어지는가 싶더니 어느덧 하지(夏至)가 다가왔다.

21일은 천문학적으로는 일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다.

24절기 중 망종(芒種)과 소서(小暑) 사이에 드는 하지에는 북반구의 지표면이 태양으로부터 가장 많은 열을 받는다. 그리고 이 열이 쌓여서 기온이 올라가 하지 이후에는 무더위가 찾아오곤 한다.

이때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하지가 지나면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라는 속담이 있다. 하지가 지날 무렵 장마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특히 예전에는 한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비였으므로 하지가 지날 때까지 비가 내리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고, 하지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속설도 있다. 

최근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각종 전염병과 가뭄 등으로 제주도민들이 지쳐가고 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해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는데 이어 20대 남성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의심 증상을 보여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또 서귀포시 지역 모 호텔에서 1급 법정전염병인 장티푸스 감염환자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도민들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가 코앞이건만 상황은 좀처럼 나이지고 있지 않다. 

여기에 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제주지역 밭과 과수원 등 농경지와 함께 농심(農心)도 타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하지를 하루 앞두고 그렇게 기다리던 단비가 제주지역에 내리고 있다. 

이 비는 열흘 만에 내리는 단비로 일시적으로나마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고 있다. 더위 기세도 한풀 꺾였다.

또 22일과 오는 24일 제주지역에 비 날씨가 예보되면서 주말부터 장마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장마를 마른장마라고 점치는 소리도 간간히 들려오기도 하지만 "하지가 지나면 구름만 지나가도 비가 온다"라는 속담처럼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게 내리는 이번 비가 각종 질병과 가뭄으로 지쳐 있는 도민과 국민들의 가슴까지 시원하게 적셔줄 수 있는 행복한 치유의 비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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