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실장·서귀포지사장

한라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UNESCO가 인증한 국제 4대 보호지역 타이틀을 획득한 곳이다. 1970년 국립공원 지정에 이어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UNESCO),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 2010년 세계지질공원 인증(〃), 2008년 람사르습지(물장오리오름·1100고지 습지) 지정(람사르협회) 등의 이력을 자랑하고 있다.

어리목·영실·성판악·관음사·돈내코 탐방로 등 5개 한라산 탐방코스 가운데 백록담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곳은 성판악·관음사 탐방로 두 곳뿐이다. 1986년까지 정상 등반이 가능했던 어리목·영실 정상탐방로가 지금은 윗세오름대피소·남벽분기점까지만 가능하고 같은 해 개설된 동능-남벽구간 정상탐방로가 1994년 붕괴돼 출입이 통제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나마 관음사 탐방로는 험하고 토·일요일을 제외한 평일에는 버스조차 다니지 않아 거의 외면되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한라산 입장객 106만5898명 가운데 성판악 탐방객이 35만548명에 이른 반면 관음사 탐방로 이용객은 4만3160명에 그쳤다. 올해 들어 5월말 현재는 성판악 16만4709명, 관음사 2만8594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처럼 성판악 탐방로에 등반객이 몰리면서 탐방로 안내소 주변은 연중 극심한 교통체증과 주차난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다 탐방로가 유실되면서 코스를 벗어난 정상 등반으로 식생 훼손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세계유산본부가 정상 탐방객 분산과 다양한 경관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내년 3월 남벽정상 탐방로를 재개방할 방침이라고 밝힌데 대해 환경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환경운동연합과 곶자왈사람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포화된 정상 탐방객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기보다 정상코스를 늘려 더 많은 탐방객을 정상으로 올려 보낸다는 계획은 제주도의 국립공원 보전관리정책과 어긋난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세계유산본부는 1973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개소 이후 모든 탐방로가 거의 개보수되지 않아 사실상 한계에 이르렀다며 남벽탐방로 재개방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남벽탐방로가 개방되면 어리목·영실·돈내코 탐방로에서도 남벽분기점을 거쳐 정상 등반이 가능해짐으로써 모든 탐방로를 통해 한라산의 절경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여기에다 전 탐방로에 대해 2~3년씩 돌아가며 자연휴식년제를 시행, 붕괴된 지역의 복원 사업도 병행할 수 있다.
세계유산본부는 이와 함께 올해 초 '제주 자연가치 보전과 관광문화 품격 향상을 위한 워킹그룹'이 권고한 한라산국립공원·성산일출봉 입장료 현실화 및 탐방예약제와 연계해서도 남벽탐방로 재개방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 워킹그룹이 현재 무료인 한라산국립공원 입장료를 '기준 2만원±∂'로 제시(2018년 하반기 시행 예정)하고 있는 마당에 현행 탐방로나 휴게실·화장실 등 기반시설로 탐방객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김창조 소장은 "남벽탐방로가 개방되면 예약제와 연동, 탐방객을 분산하고 자연휴식년제까지 병행함으로써 탐방객들에게 품격 높은 한라산의 가치를 제공하고 한라산을 더욱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남벽분기점-동능정상 사이에 목재데크와 계단데크 700m를 시설하는 과정에서 환경과 경관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세계유산본부측 해명에도 불구하고 주변 암반 붕괴나 데크시설 안전성 우려가 여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적정한 수준에서의 한라산 입장료 징수와 탐방예약제에 관한 한 입장이 같은 환경단체와 행정이 남벽탐방로 재개방에 대해서도 가급적 이견을 좁혀 한라산 보전가치 증진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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