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식 한국농업경영인·제주도연합회 정책부회장

요즘 주위 감귤농가들을 만날 때 간간히 나오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감귤 의무 자조금'이다.

그동안 '임의 자조금'으로 운영돼 오던 것이 '의무 자조금'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임의'에서 '의무'로 바뀐 것이다. 과연 무엇이 바뀐 것일까.

임의 자조금은 생산자의 자발적 합의에 의해 조성됐다고 한다면, 의무 자조금은 모든 생산자가 의무적으로 납부해서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관련 법률에 의해 과수분야 의무자조금은 2017년말까지 마무리를 완료해야만 국고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행정이나 농협에서 '감귤 의무자조금' 홍보와 가입을 독려하는 문자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도착했다. 내용은 이러했다.

"감귤의무자조금 가입은 2018 FTA 기금지원사업신청시에 필요사항입니다" "감귤의무자조금 전환과 관련해 감귤재배 조합원께서는 지점으로 방문하시어 가입 및 납부동의서를 작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러한 문자를 받고는 많은 농민들이 "감귤의무자조금? 이게 뭐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단지 의무자조금으로 전환을 하지 않으면 국고지원이 중단되기 때문에  가입을 유도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농민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의 일부분을 떼어내어 소비촉진을 위한 홍보, 교육, 수급안정, 유통구조 개선, 수출 활성화, 생산성 및 품질행상을 위한 조사·연구·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하기 위한 자금이다.

예를 들어 농민이 100원을 내면 국가도 100원을 보태어 200원을 만들고, 그 조성된 200원으로 위에 열거한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는 구조다.

농민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공공성을 담보하거나 투명하게 집행해야만 한다.

직접적으로 농민들에게 그러한 혜택이 몸으로 와닿지 않을 뿐이다. 그러하기에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를 기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분명히 좋은 제도이고, 유지해야만 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간접적 혜택이기에 적극적이지 않을 뿐이다.

이제 남은 것은 농민들에게 얼마나 진솔되게 '자조금'에 대해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것이다.

행정과 농협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농민단체에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가입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조금에 가입한 농민들에게는 좀 더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무임승차를 배제하는 제도적 장치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또한 어렵게 조성한 자조금의 실질적 계획과 투명한 집행을 위해서도 농민단체들은 적극적 관심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자조금의 사용 계획에 대해 질의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다면 함께 해결해나가는 적극적 자세를 갖춰야만 많은 농민들이 가입하고 만들어낸 소중한 재원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으리라 본다.

적극적 참여를 위한 제도적 창구가 필요하며, 그 창구를 통해 제주농업의 미래를 엿봤으면 한다.

단지 '감귤 의무 자조금' 때문만은 아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농산물에 대한 자조금은 마련될 것이고, 그때마다 참여를 독려하게 될 것이다.

가입 및 동의서 접수가 당초 마감일보다 10일 정도 연장해서야 겨우 50%를 넘겼다는 보도를 보면서 마음이 좀 씁쓸해진다.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게끔 다양한 홍보와 적극적 접근을 행정이나 농협 그리고 생산자 단체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내놔야 할 것이다.

의무와 책임은 동반한다고 학교에서 배웠다. 그러하기에 필자는 감귤 의무 자조금 가입 및 납부동의서에 도장을 찍으러 농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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