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아전인수(我田引水). 내 논에 물을 끌어들인다는 의미다. 자기 논에만 물을 대려는 행동으로, 자기에게만 유리하게 해석하고 행동하는 태도를 말한다. 이와 반대되는 것으로 역지사지( 易地思之)가 주로 사용된다. 처지를 서로 바꿔 생각함이란 뜻으로,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한다는 말이다.

제갈량에게는 아끼는 젊은 장수 마속이 있었다. 제갈량은 대군을 이끌고 천하 통일에 나섰을 때 마속에게 군량 수송로의 요충지인 가정지역을 맡겼다. 당시 제갈량이 마속이 똑똑하나 경험이 부족한 것을 불안해하자 마속은 "패하면 참형을 당해도 절대 원망치 않겠습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속은 사마의의 계략에 속아 가정을 빼앗기고 제갈량은 소득 없이 회군한 마속을 당초 약속대로 처형하기로 했다. 이때 울면서 마속을 참했다고 해서 '읍참마속(泣斬馬謖)'이란 고사성어가 등장했다.

제주도와 한국전력공사가 10년 전 송전선로 건설을 위해 주민과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공사 과정에서 주민 등이 송전선로 설치를 반대하며 한전 제주본부 등을 상대로 제주지방법원에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송전선로 공사가 70% 가량 이뤄진 지난 2007년 1월 주민 손을 들어주면서 송전선로 공사는 전면 중단됐다. 한전과 도는 완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더 공사를 할 수 없게 되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와 한전 등은 주민을 설득해 지난 2007년 9월 도와 한전 제주본부, 지역주민 등 3자가 참여하는 조천분기 송전선로 사업 관련 공동 합의문을 작성하고, 공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도와 한전은 합의문을 작성한 이후 10년째 주민과의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막대한 예산'이다. 주민과의 '약속'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정, 공공기관과의 약속을 믿었던 주민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행정이 도민 입장이 아닌 자기들의 논에만 물을 대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행정 신뢰도를 잃고 있다. 제갈량은 아끼던 장수 마속을 울면서 처벌했다. 행정이 도민과 한 약속은 어떤 이유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잊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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