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하니크라운 입구에 설치된 포치의 대부분이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됐다. 고경호 기자

행정당국이 보존 가치가 높은 근대 건축물의 일부를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시 삼성로에 위치한 '호텔하니크라운'은 지난 1963년 설립된 제주도내 최초의 관광호텔이다.

완공 이듬해인 1964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방문하면서 제주를 대표하는 호텔로 명성을 얻었다.

26일 도내 건축학계에 따르면 호텔하니크라운은 외벽 등 골격이 현무암으로 축조돼 있으며, 높이 솟은 굴뚝 모양의 구조물과 길게 뻗은 '포치'가 조화를 이루는 등 지역성을 반영한 근대 건축물로 가치가 높다.

포치는 건물 현관의 바깥쪽에 튀어나와 지붕으로 덮인 부분으로, 호텔하니크라운의 포치 길이는 약 10.5m에 이른다.

문제는 제주시가 삼성로 확장을 위해 포치가 설치된 부지를 매입한 후 지난해 12월 포치의 8.5m를 철거했다는 점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당시 호텔하니크라운이 근대 건축물로써 보존 가치가 높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도로 확장 및 보행권 확보를 위한 인도 확충 때문에 포치를 지장물로 인식해 철거했다"고 말했다.

도내 건축학계 관계자는 "제주 최초의 근대식 호텔인데다 당시 건축기술에 비춰봤을 때 상당히 세련된 구조로 지어졌다"며 "도시계획을 이유로 어떠한 고민도 없이 싹둑 잘라낸 제주시의 결정이 아쉽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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