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대우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경제이론이 바로 낙수효과(落水效果)다. 낙수효과는 컵을 피라미드 모양으로 층층이 쌓았을 경우 제일 위에 있는 컵에 물을 부어 가득차면 그 밑에 있는 컵으로 흐르고, 밑의 컵에 물이 차면 다시 그 밑에 컵을 채우면서 모든 컵에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을 비유해서 생겨난 경제이론이다.

결국 대기업, 재벌, 고소득층 등 소수의 선두부문의 성과가 늘어나면, 연관 산업을 이용해 후발·낙후 부문에 유입되는 효과를 의미한다. 이 이론은 국부의 증대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배보다는 성장을,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우선시한다는 전제로부터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 이론을 뒷받침 해주는 사회과학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음에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도입했다.

과거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 집권당시 대기업이 성장해 부를 쌓으면, 넘치는 부는 하위 계층에게도 흘러가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낙수 이론에 근거한 경제 정책을 채택했다. 하지만 오히려 소득격차가 심해지고 대기업의 사내유보금과 부채는 동시에 증가했고, 경제성장률은 하락하는 등 결과를 낳았다.

우리나라 역시 예전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과 부유층 소득이 늘어나면 중소기업과 저소득층으로 흘러가 경제전체가 성장할 것으로 기대해 경제관련 규제완화와 세재혜택 등을 시행했다.

하지만 10년 가까이 지난 결과는 처참하다. 대기업은 사내유보금을 수조원씩 쌓아두면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는 인색했다. 결국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시장까지 빼앗기며 벼랑끝 위기에 몰렸고, 중산층 붕괴와 빈부격차만 심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낙수효과와 반대로 저소득층의 소비 증대가 전체 경기를 부양시키는 분수효과가 주목받고 있다. 부유층에 대한 세금은 늘리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정책 지원을 증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렇다고 분수효과를 무조건 추종해 분배만 치중된다면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 우리 경제가 회생과 추락의 갈림길에서 성장과 분배, 효율과 형평성 등에 적절히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새로운 경제이론 도입이 시급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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