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익 식신㈜ 대표·논설위원

한 방송에서 욜로(YOLO) 꿈나무인 연예인들이 욜로족을 만나기 위해 제주도 대평리 한 오름으로 찾아갔다. 오름 정상에서 욜로 꿈나무들을 맞이한 것은 제주에 내려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한 욜로족 사장님이다. 그는 "제주도가 좋은 것은 바로 오름이 있기 때문이다. 계절따라 날씨따라 다양한 풍경을 가진 오름이 주는 행복을 느껴보라"고 말하며 만족스런 제주 슬로 라이프를 자랑했다.

요즘 TV 방송에서는 먹방과 쿡방에 이어 슬로 라이프를 꿈꾸는 욜로 방송이 우후 죽순 생겨나고 있다. tvN '윤식당', '주말엔 숲으로', JTBC '효리네 민박', 올리브 '섬총사', '어느 날 갑자기' 뿐만 아니라 기존 예능들도 상당수가 욜로를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욜로 방송은 출연자들이 회색 빛 도시를 벗어나 자연이나 전원속으로 들어가 여유로움을 즐기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자신만의 모습을 찾는다. 

현재의 나, 자신만의 인생을 즐기려고 하는 것을 욜로라고 한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는 미국 가수 드레이크의 노래 가사 "인생은 한 번 뿐이지 욜로(You only live once YOLO)"에서 유래했다. 욜로는 한번 뿐인 인생을 후회없이 즐기며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미래를 위한 저축보다는 오늘을 나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여행을 가는 것이 욜로적 소비형태다. 

1인 가구의 증가로 혼밥, 혼술, 혼행(혼자 여행), 혼영(혼자 영화 보기) 등 '혼자' 즐기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1코노미(1conomy)'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자신을 위해 소비를 하고 혼자만의 생활을 즐기는 경제를 의미한다. 1코노미는 자신의 인생을 즐기려는 욜로 라이프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1코노미는 이제 유행을 넘어서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약 52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7%에 해당한다. 또한 2인 가구 비율도 26%로 1~2인가구를 다 합치면 전체의 약 53%나 차지한다. 앞으로 1인 가구의 소비 금액은 민간 소비에서 점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산업연구원은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가 2015년 86조 원에서 2020년에는 120조 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는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도 늘어, 2010년 이후 제주 순유입 인구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2004년에는 6%만이 살고 싶은 도시로 제주를 답했으나 2014년에는 13%로 증가했고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제주를 살고 싶은 도시로 꼽은 연령대도 40대(18%)와 50대(16%), 30대(14%)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또 직업별로는 화이트칼라(18%)가 제일 많았다. 바쁘고 치열한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제주는 우리가 늘 꿈꾸는 휴식처이자 가장 살고 싶은 도시인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욜로 방송 프로그램에도 제주는 가장 많이 등장하는 촬영지로 손꼽히고 있다. 

제주도는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은퇴 후에 정착해서 슬로 라이프를 즐기며 여생을 보내고 싶은 마음의 장소 1순위이자, 또한 치열하게 살아가는 중간 중간에 가서 잠시나마 힐링과 평온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장소 1순위다. 우리는 늘 회색빛 도시를 탈출해 제주도 푸른밤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로 꽉 들어찬 출근길 지하철 한켠에서, 희뿌연 미세먼지 가득한 거리 모퉁이에서, 항상 긴장감을 풀 수 없는 답답한 사무실에서, 거짓 웃음을 지으며 사람들과 함께하는 술자리에서, 우리들 마음 한구석에는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과 심연한 옥빛 푸른 파도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는 진정. 그 단어만 들어도 우리에게 위안과 휴식을 주는 곳이다. 아름다운 제주에서의 슬로 라이프를 꿈꾸며 우리는 오늘도 지하철 역으로 뛰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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