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미협 김수범 회장 '기억채집' 그 두 번째 이야기
7월 16일까지 갤러리카페 다리서…역사·순례 의미

"젊은 날 이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슴앓이했던, 이제 와 보니 쑥스러운 자화상들과 타향살이 첫 발자국의 기억을 담았다"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간 작가 노트에 마침표가 보이지 않는다. 

탐라미술인협회(탐미협) 회장 김수범 작가가 오는 7월 16일까지 갤러리카페 다리에서 진행하는 '기억채집'이다. 지난 4월 진행한 전시의 연장선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그 두 번째 이야기'다.

최근의 설치 작업이 아닌 1980년대 중반부터 새기고 찍어온 판화 작품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아카이브전이다.

찍어냈다고 해서 반복 작업의 결과물이라 볼 수 없는 것이 각각의 작품에 작가가 직접 남긴 에디션(edition)은 그대로 역사다. 작가가 보관용으로 별도 제작하는 'AP(Artist Proof)'나 에디션을 끝내고 더 이상 안 찍는다는 뜻으로 판에 상처를 낸 다음에 찍는 'C.P(Cancellation Proof)'를 통해 그의 생각과 의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르다. 

만약 이런 표시 없이 아라비아 숫자가 남겨져 있다면 기억의 공유를 허용한다는 의미다.

벌써 4~5회의 개인전 기회를 흘려보내고 그 중 가장 양이 적은 판화를 골랐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전시된 작품들은 판도라의 상자 마냥 숨길 것도 감출 것도 없다. 추가로 찾아낸 기억과 새로 기억이 될 신작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김수범 작가는 "전시라고 하지만 어쩌면 잊었던 것들을 찾아내는 순례나 마찬가지"라며 "앞으로 몇 번이 될지 모르지만 기억을 채집하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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