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도열 제주도 복지정책담당

지난 23일 오후 80대 전후의 어르신들이 하나, 둘 무대에 선다. '천상재판' 공연을 위해 전국 최초로 어르신들로 구성된 실버 연극단이다. 몸을 가누기조차 불편해보이는 분명 나이든 부모님 모습 그대로였다.

평소 부모의 공경은 제쳐두고  물질만능에 젖은 철없는 자식들이 부모마음을 새까맣게 태우고, 마지막 남은 부모의 재산에만 눈독들이는 현대 우리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는 자식을 위한 끝없는 내리사랑으로 각막기증과 자식걱정에 결국 눈물로 자살을 선택한다. 천상재판은 이승에서 인간이 선택한 극단적 자살을 통해 이 사회의 문제점을 되새기게 한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연극에 몰두하는 어르신들의 열정은 경쟁사회에 내몰려 자칫 부모의 존재를 잊어가는 우리 젊은 세대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중반이 흐른 공연장, 관객중에는 어느새 눈물을 훔치고, 또래 지긋한 어르신들은 긴 한숨을 내쉰다. 결국 삶에 지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연극소재 또한 다양하게 전개된다. 우리네 경로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가문화를 웃음화하고, 시각장애인 딸의 버거운 삶도 소개된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훌쩍 지나간 시간, 웃음과 비애로 채워가는 공연은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가족사를 엮어내고 있었다.

출연 배우들이 나이를 극복한 끝없는 연습과 열정이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시절을 겪어봤던 마음으로의 연기, 자식을 향한 변함없는 사랑, 부모님 자체의 가식없는 모습이 공연장 분위기를 하나로 이끌고 있었다.

공연은 끝났다. 작지만 의미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준 '동제주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들에게 감사와 기립 박수를 보낸다. 아직도 공연 여운이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채우고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오늘은 노모께 안부를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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