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제주도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적용을 목표로 추진중인 행정체제개편이 난기류를 만났다. 행정체제개편의 최종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동의권을 쥔 제주도의회와 제주특별법 개정 등 정부·국회 협력을 선도할 제주 국회의원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제주도는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대선공약 과제중 하나로 행정시장 직선제와 기초자치단체 부활 등 도민 스스로 행정체제 개편 모형을 결정토록 함에 따라 이번주중 최종(안)을 발표키로 했다. 이에앞서 제주행정체제개편위원회(이하 행개위)가 지난 26일 비공개로 진행한 회의에서는 '행정시장 직선제-의회 미구성'(안)을 오는 29일 원희룡 지사에 최종 권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도가 행개위의 최종 권고안을 수용하면 7월 도의회 동의를 거쳐 8월 '행정시장 직선제' 시행에 따른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정부에 제출된다. 또 정부가 이송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올해말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주민들이 시장을 직접 선출할 수 있다. 

행개위가 도에 권고할 최종안은 주민들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을 직접 선출하되, 지방의회는 두지 않는 모형이다. 직선 시장에는 주민 선출의 위상에 맞게 도지사의 자치 조직·사무를 이관하는 한편 재량적 사업 및 필요에 따라 용도를 결정할 수 있는 가칭 '제주형 재원조정교부금 제도'가 도입된다. 이와함께 지방의회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도의회 상임위원회로 행정시 지역위원회를 설치, 직선 행정시장을 통제하고 견제하는 방안이 담겨 있다.

행정시장 직선제의 행정체제개편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넘어야할 산도 적지 않다. 1차적으로 도의회의 동의 여부가 복병이다. 행정시장 직선제(안)이 정부의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반영되려면 도민 의견을 결집할 도의회 합의가 필수이지만 도의원 마다 자신의 주장만 옳다는 '백가쟁명'식 논쟁이 우려된다. 지난 5월18일 열린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도 도의원들은 집행부의 3개 대안별 장·단점 보고를 받고 의견을 피력했지만 합의는 커녕 행정체제개편 방향 및 적용시기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도의원들의 중구난방식 논쟁은 지난 2013년처럼 도의회가 "우근민 지사의 2014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선거전략으로서, 차기 도정으로 미뤄야 한다"고 부결한 전철을 되밟을 것으로 예견된다. 당시 우 도정이 행정시장 직선제 동의안을 제출했지만 도의원들은 민주·새누리 제주도당의 반대 당론을 따라 부결하면서도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무책임 정치'의 비판을 받았다.

제주지역 국회의원들이 지난 14일 제주도 정책간담회에서 "도민 의견을 정확히 파악해 결정해야 한다"며 원 지사에 제안한 행정체제개편 논의 중단 요구는 최대 악재다. 행정시장 직선제(안)은 제주특별법 개정이 필수이기에 국회의 지원을 이끌어낼 제주 국회의원 3명의 도움이 절실함에도 논의 중단을 요구, 내년 6월 지방선거 적용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행정체제 개편은 특별자치도 출범후 10년간 도지사에게 인사·재정 등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폐해를 극복하고, 주민이 불편한 '도본청-행정시-읍면동' 3단계 행정계층 구조의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현행 임명직 시장의 미약한 권한으로 겪는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 특별자치도 틀내에서 주민들이 시장을 뽑아 도지사의 제왕화를 막을 분권과 주민생활자치 강화의 협치를 만들자는 취지다.  

도민의 불편함을 해소해야 할 제주 정치권이 또다시 논쟁만 거듭하다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않은 채 논의 중단을 요구하거나 부결하면 도민불신을 심화시키기에 행정체제개편의 재추진은 어렵다. 행정시장 직선제(안)의 동의권을 쥔 도의회가 도민을 대신해 행정체제개편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성숙한 의정역량 발휘 및 지방정치의 책임성 확보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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