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사회부 차장 대우

중국 춘추전국시대와 같이 창과 칼이 난무하는 시기에 말(馬)은 아주 중요했다. 전장에 나가는 장수는 말과 하나가 되지 않으면 싸움에 이기기도, 목숨을 부지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항우의 오추마, 관우의 적토마와 같은 명마가 필요했다. 또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천리마를 알아볼 수 있는 혜안도 필요했다.

중국 전국시대에 손양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자(字)는 백락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말 감정가로서 천리마를 잘 식별한 것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어느 날 마을 사람이 찾아와 이렇게 부탁했다.

"저에게 훌륭한 말 한 마리가 있는데 이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록 사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례는 충분히 드릴 테니 한번 감정을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시장으로 나간 백락은 말 주위를 빙빙 돌면서 살펴보았는데, 그 말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준수해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떠나면서 아쉽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돌아봤다.

그러더니 그 말을 거들떠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앞을 다퉈 몰려들어 말 값은 순식간에 열 배로 뛰어올랐다는 얘기가 있다. 이후 '백락일고(伯樂一顧)'는 인재를 잘 알아보는 이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당나라의 대문장가 한유는 어느 시대에나 천리마는 있으나 그를 알아보는 백락이 없어서 천리마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했다. 자신이 재능을 지니고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백락의 출현을 기대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조만간 2017년 하반기 인사 방향 및 일정을 공개키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매 인사 때마다 하마평이 쏟아지고, 고위 공직자의 일선후퇴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인재를 등용하고 능력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하는 '혜안'도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 가운데 하나다. 인사가 만사(萬事)라 했으나 잘못하면 일을 그르치는 망사(亡事)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단적으로 백제 의자왕은 충신인 성충(成忠)과 흥수(興首)를 멀리하고 간신들만 중용했다가 나라를 망치고 말았다. 정반대로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철두철미, 적재적소 인재 등용으로 최고의 업적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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