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자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대상의 소중함과 가치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딴은 그렇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 문화의 가치를 잘 모른다고…. 사실 외지인들이 염려하는 것보다 제주 사람들은 제주의 문화자원이 가치 있고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러서 잘 모르는 것처럼 알려질 수도 있다.

제주에 사는 제주 사람들은 외지인들로부터 '제주도는 신비롭고, 고유한 문화자원이 풍부하고, 모든것이 산업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런 상황에 놓일 때 외지인의 새로운 인식과 우리들의 무덤덤한 관점 사이에 입장차가 생길 수 있다. 

외지인들이 제주의 자연, 문화 등을 처음 접할 때는 마치 신세계를 보는 것처럼 설레는 마음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제주에는 문화자원(특히 인문자원)이 풍부한데, 제주 사람들은 그 보배를 알지 못하고, 산업화의 재원으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이 있다. 

자신들은 제주라는 공간에서 노다지를 거둬들일 듯이 우리들에게 계몽적으로 말을 걸어온다.

그러면서 제주 사람들은 제주가 갖고 있는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안 하거나, 아니면 그 가치를 인식조차 못한다면 에둘러 비판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정말 그런가. 곱씹어보고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다. 

물론 우리들은 주변에서 늘 봐왔고, 들어온 이야기라 식상하고, 새롭지도 않아서 이것을 특별하게 창작하거나 가공하려는 의지가 약한 것도 사실이다. 이는 아주 특별한 내용이 아니면 내 이웃을 감동시킬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대상을 접하게 될 때는 자신이 상상하고 기대하는 수준이 있다. 만약 그 기대치를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 바로 비난하고, 무가치하다며 공개적인 공격을 가한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제주 사람들은 함부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객관화해 표출하는데 조심스러워 하고, 스스로 검열하다 보면 생각과 행동의 제약이 따른다. 

이런 점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문화자원을 활용하는데 소극적일 수도 있고, 한편으로는 자원에 대한 가치를 인지하는 못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즉 "동네 처녀 나무란다"는 식으로 격하될 수 있음에 유념했으면 한다.

제주 문화자원(전통문화, 설화 등)을 창작의 대상으로 활용할 경우 제주 사람들은 자신들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내용이 온전히 녹아있고, 우아하게 대상화되기를 기대한다. 

반면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는 입장에서는 어디까지나 창작의 산물로 만들어서 현대인의 눈맛을 사로잡으려고 한다. 이때 두 집단 간에 간극이 발생하고, 사실 전달이냐 창작이냐에 대한 경계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와 같은 시각차는 당연하다고 본다. 외지인들은 제주의 문화자원을 콘텐츠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제주 사람들이 각각의 문화적 요소에 대해 어떤 기억을 갖고 있고, 어떠한 문화적·사회적 환경의 산물인지는 잘 모른다. 일부는 그 사실을 알려고도 하지 않고, 현재적 상황에서만 판단하려고 한다.

이에 비해 제주 사람들은 일부 문화자원에 대해서는 귀중하고 가치 있게 다뤄지고, 전승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고유한 내용이변형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우리들의 생각과 다르게 변형되면 훼손됐다고 여긴다.

현재 시점에서 외지인들은 제주의 자연과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자신들의 시각에서 필요에 따라 해석하고 주관적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지역의 문화는 해당 지역의 산물이므로 외부에서 바라보고 단순히 평가해서는 안 되며, 해당 지역 사람들은 '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까'하는 객관적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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