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波-용솟음’.
 바람에 밀려 몸살을 앓는 제주바다. 한순간도 숨을 죽이지 못하고 들썩거리는 검은 파도. 바람에 깎이고 파도가 후벼놓은 해안절벽….

 제주 해안의 풍광을 담은 문행섭 풍토빛 그림전이 오는 5일부터 11일까지 문예회관 전시실에서 마련된다.

 이번 개인전은 93년 ‘문행섭 작품전’에 이어 두번째. 그가 오랜 침묵을 깨고 이번 전시회에 내건 주제는 ‘波’다. 바람 부는 날, 이름 없는 갯바위에 부숴 지는 파도가 화제(畵題)가 되고 있다.

 주제가 의미하듯 그의 그림에 대한 첫 인상은 자유와 해방감이다. 두 주먹에 불끈 힘이 들어간다. 억눌렸던 감정도 파도처럼 꿈틀꿈틀 일어선다.

 그는 ‘波’를 통해 제주바다를 본다. 그 바다는 허무주의자의 애달픈 바다가 아니라 늘 무정형의 새로움으로 흔들리는 미래의 바다이며, 거기에 삶의 뿌리를 박기 위해 저항했던 사람들의 생존의 바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총 전시작은 40점. 이 가운데 100호 이상 대작이 13점이다. 가장 큰 작품은 ‘波-심연으로부터Ⅱ’이며, 3백호나 된다.

 바닷가 표정은 계절에 따라, 풍향과 풍속에 따라 다양하다. ‘波-속삭임Ⅰ’‘波-속삭임Ⅱ’등의 작품처럼 푸른 파도가 현무암에 부딪쳐 구슬처럼 흩어지는 풍광이 담겨져 있는가 하면, ‘波-소리치는 바다’‘波-용솟음’등의 작품처럼 워럭 달려든 파도에 귀가 찢기는 해안이 있다.

 바람의 예봉들이 해안단애에 부딪혀 깨어져 나갈 때마다 흰 물기둥이 뭍으로 넘어 들어온다.

 그는 제주해안의 특성을 제대로 담기 위해 수직으로 두루마리를 편 것과 같은 비례의 화면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유정씨는 이번 작품전에 대해 “빠른 붓놀림과 큰 붓자국의 조화, 흰빛과 검은 빛의 대비, 하늘로 솟구친 수직의 긴장감 있는 구도를 통해 파도를 소재로 한 작품의 주제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재료는 바닷가의 이미지를 더욱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동양화의 채색 안료와 바위의 질감 표현을 위한 석분, 디테일 한 흰빛 파도의 발색(發色)을 위해 아크릴릭을 혼합해 사용했다.

 문씨는 제주대 미술교육학과·제주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바람코지 창립전(88년), 금호미술관 기획-오늘의 지역작가전(91년), 제주-오끼나와 교류전(97년)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고, 현재 제주판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시개막=5일 오후 5시30분. 문의=747-4320, 017-696-4320.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