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수 전 초등학교 교장·논설위원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학부모들은 7월 발표 예정인 교육부의 교육정책 발표에 벌써부터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교육의 최대 병폐는 너무 자주 바뀐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을 시도한다. 학생들은 불만이 높고 '우리는 교육부의 실험쥐'라는 자조어를 만들어 냈다. 

자사고,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에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세다. 민주적인 토의 과정을 거친 교육부의 현명한 해결책이 기대된다. 

최근에 교육부는 국정기획자문회의의 제안을 받아들여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를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시도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시행하도록 하고 평가분석도 전체 대상 학생의 3%만 표집해 실시했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해당학년 전학생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를 통해 학생의 성취 수준 파악과 학교교육의 질 관리제고 및 교육정책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했다. 

미국은 전국적인 기초학력평가로 공교육을 향상시켰고, 교육개혁법안 '한 아이도 포기하지 말고(NCLB·No Child Left Behind)'를 통과시켰다. 또한 해마다 대학진학률 등을 따져 공립고의 순위를 매기고 있다. 일본도 '여유(유토리)교육'을 시행하다가 실패를 인정하고 학력신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평등을 중시하는 중국도 오래전부터 엘리트교육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교육부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사실상 폐지 등 경쟁에 반하는 평등교육을 강조한다. 일부 학교 현장에서는 졸업식 같은 때도 상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서 시상을 생략하기도 한다.

'교육이 부와 지위 대물림 수단 돼선 안 돼', 문재인 정부의 내각에서 대표적인 흙수저로 알려진 김동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아주대 총장시절 중고교 교장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강조한 말이다. 그러면서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벽에 가로막힌  사회구조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짚어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사실 한국은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하다는 자체평가와는 달리 국제적으로는 교육의 형평성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김부총리도 교육의 형평성과 치열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신분상승을 했다. 교육이 결국 희망의 사다리가 된 것이다. 이처럼 교육이 계층이동의 희망 사다리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정상화와 이를 책임지는 교육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더 배우고 싶다는 배고픔 자체를 교육시스템 때문에 잊어버려 꿈이 뭔지 모른다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가정이 어려워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해도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수시강화나 수능절대평가로 야기되는 수능 무력화는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을 공고히 할 수 있다. 금수저에게만 유리할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 논술평가 등은 사회양극화와 부의 대물림만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변별력 있는 수능 등 시험을 통해 객관적인 기준으로 대학을 가야 공정한 교육사다리가 된다. 

박근혜 정부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적게 시키는 방향으로 교육정책을 세웠다. 선행 학습을 금지하고, 학력 측정을 위한 전국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초등학생들을 제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학생들이 가난해도 열심히 공부만 하면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학교교육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는 합리적이고 지속발전이 가능한 교육정책이 수립되길 기대한다. 공부하지 말라는 정부에서 공부하라는 정부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학부모, 학생, 교사의 교육주권 시대를 열고, 가난한 학생도 학업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며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다시 세운다는 대통령 교육공약이 꼭 실천에 옮겨지길 기대한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국가의 원동력이 될 인적자원을 키우는 교육만이 미래다. 그래서 교육이 희망의 사다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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