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관 문화예술학 박사·공연기획자·논설위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 의하면 지난해 가장 많은 관객공연은 쇼팽콩쿠르 우승자 조성진 갈라콘서트였고, 리카르도 무티&시카고심포니(2413명), 서울시향 차이콥스키 교향곡(2382명), 피아니스트 '랑랑 독주회'(1995명), 빈필하모닉&정명훈 내한공연(1991명), KBS교향악단&요엘레비 베토벤교향곡(1801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위기와 때를 맞춰 지난 6월에 우리나라 음악계에 커다란 경사가 있었다. 선우예권이라는 20대 후반의 피아니스트가 4년마다 열리는 클라이번 콩쿨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것이었다. 

이에 앞서 약 40년전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은 1974년에 세계3대 음악콩쿨인 차이코프스키 콩쿨에서 2위를 차지했고, 프랑스 3대 음악상을 수상한 백건우는 1961년에 부조니콩쿨에서 우승했다. 이들은 이러한 콩쿨우승을 바탕으로 현재까지 세계 음악계를 호령하고 있으며, 특히 지휘자 정명훈은 다음달에 개최될 롯데콘서트홀 개관 1주년 기념공연에 조성진과 협연을 계획중인데, 공연 티켓 오픈 5분 만에 1400석 좌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지난달 제주아트센터에서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주관행사로,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 10주년을 기념해 지적장애인을 위한 '백건우의 음악여행'을 개최했다. 때마침 백건우는 전국 투어중으로 매우 바쁜 일정이었지만, 재능기부 공연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특히, 세계적인 대가였지만, 공연전날부터 전속 조율사와 함께 피아노에 7시간을 매달리다시피 했고, 장애인을 위해 무대를 변형하겠다고 하면서 음향이 좋은 메인무대를 포기하고, 오케스트라 피트를 사용해서 장애인과 눈을 마주칠 정도의 무대높이로 변경했다. 

혹여나 공연중에 관객이 공연무대로 올라오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될 정도였다. 공연당일은 약 400명의 장애인과 200여명의 보호자가 초청됐다. 한창 진행될 즈음, 아니나 다를까 무대위로 장애인 한분이 뛰어올라왔고 장내는 술렁거렸다. 

그는 연주 중인 백건우 옆에서 함께 건반을 눌렀지만, 백건우는 당연하다는 듯 인자한 미소로 그를 바라보며 연주를 이어갔고, 600여명의 관객은 감동과 환희, 존경심으로 박수를 그치지 않았다. 

공연 종료 후 기자회견이 이어졌고, 육지에서 내방한 10여명의 기자들은 이러한 감동의 무대와 열정적인 공연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연의 기획의도, 출연자의 열정적인 연주, 다양한 무대연출, 객석 관리 및 관객 안전유지, 장애인에 대한 다양한 배려 등 마치 잘 짜여져 있는 각본처럼 음악회는 성공을 거뒀다. 

좋은 공연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의 고유한 역사문화 콘텐츠 기반, 치밀한 기획안 및 계획서, 수준 높은 무대연출, 다양한 관객서비스, 국내·외 투어공연 및 상설공연, 피드백 및 지속적 콘텐츠개발 등의 다양한 프로세스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특히, 행정과 전문성을 공유하는 거버넌스 운영조직과 운영진의 결정을 체계적이면서 유연하게 추진할 집행부의 우두머리인 총괄기획자는 공연의 성공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40년전 처음 뿌려진 예술씨앗의 효과가 현재 나타나고 있듯이 제주 또한 지금부터라도 보다 체계적인 예술지원 및 교육 등 다양한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심도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러한 인프라가 축적돼 감동있는 제주브랜드 공연이 제작되고 제주의 문화공간에서 상설공연되기를 희망한다. 부력(富力)과 강력(强力)보다는 문화강국을 희망했던 백범 선생의 문화마인드가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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