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정치부장 대우

십수년 전 일이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처음 방문했을 때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사진을 올려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댓글로 소통하며 일촌맺기, 파도타기를 통해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이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다른 세계에 온 느낌이었다. 1998년 설립돼 2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열풍을 불러왔고 파도타기, 일촌, 도토리 등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원조격인 싸이월드가 최근 다시 재도약을 준비한다는 뉴스도 들린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투명성을 절대 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심지어 투명의 반대말은 은폐, 부패까지 확장된다. 하지만 남에게까지 투명성을 강제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가. 영화 '더 서클'은 무분별한 정보 수집과 독점으로 빅브러더(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독점하는 권력 또는 사회체계)의 출현 가능성을 경고한다. 모두가 선망하는 미국 인구의 85%를 회원으로 둔 '신의 직장'이자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기업 '서클'. 천금같은 기회를 얻어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꿈 많은 여성 메이는 투명한 사회를 지향하는 CEO의 철학에 매료된다. 하지만 명백한 사생활 침해와 같은 행동을 참여, 소통이라는 말로 에둘러 포장하고 강제성이 없다고 하지만 '당신을 위해서'라며 주위 사람들을 자신들의 영향권에 포함시키려는 행동들이 어색하기만 하다. 어느 날 서클의 시스템에 의해 사고 위기에서 구출된 메이는 생각이 바뀐다. 전세계 200만명에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생중계하며 모두가 주목하는 SNS 스타로 떠오르고 회사의 핵심 인물로 성공 가도를 달리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선택은 가족과 남자친구는 물론 자기 자신의 삶마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게 된다. 

이제는 많은 이들의 일상이 돼 버린 SNS. 가히 SNS 범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SNS의 편리함에는 공감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공개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젠 웹상의 흔적을 지워주는 서비스 업체까지 등장했다. 공개할 자유는 있지만 잊혀질 권리는 없는가.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 사고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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