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1년 중 나머지 절반이 시작되는 7월. 한해를 반으로 나누듯 인류의 반과 반을 이루는 남녀가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매해 7월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한 양성평등주간이다. 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5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되면서 '여성주간'의 명칭이 '양성평등주간'으로 바뀌었다. 양성평등 정책의 주요 목적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사회 실현이다. 이를 위해 기존 여성정책과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의 보장을 추구하고 있다.

사회 여러 분야에서 성평등 실현이 중요하지만 고용분야 성평등이야말로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고용의 형태로 이뤄지는 직장은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삶의 절대적 기반인 경제활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2017년 현재 대한민국 여성은, 남성이 100을 벌 때 64가량을 번다고 한다. 남자가 여자의 1.56배로 많다. 이는 OECD 국가 평균인 1.18배(여자가 남자의 84.8%)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열악한 한국 여성의 삶에 대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

20대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여성과 남성의 임금 출발점은 비슷한 편이다. 하지만 똑같이 공부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해도 '좋은 일자리'라고 일컬어지는 대기업 취업문은 유독 여성에게 좁다. 비교적 차별이 적고 임금차이가 없는 교사나 공무원 같은 직종에 여성들이 쏠리는 이유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법으로 보장하고 현장에 반영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성별임금 격차 해소 5개년 계획'을 수립, 임금격차를 OECD 평균 수준인 15.3%까지 완화하고,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성평등 임금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은 2014년 32.4%에서 2015년 32.5%, 2016년 32.8%로 2년 연속 높아졌다. 성별로는 정규직은 남성(61.5%)이 여성(38.5%)보다 많았지만, 비정규직은 여성(54.9%)이 남성(45.1%)보다 많았다. 

또한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53.5%로 정규직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조사 이래 정규직과의 가장 큰 상대임금 격차이기도 하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그 중에서도 남성임금의 64% 정도의 낮은 임금을 받는 여성 비정규직의 고통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제주는 더욱 심각하다. 통계청 지역고용조사 결과 2015년 기준 전국 중위수 임금의 3분의2보다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 저임금근로자가 남성은 16.8%인 반면 여성은 50.5%에 달했다. 여성의 저임금, 특히 비정규직으로 인한 저임금의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보여준다.

때마침 지난달 16일 '제주비정규직 근로자지원센터'가 개소, 운영을 시작했다. 제주의 근로자중 47.4%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늦은 출발이긴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비정규직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져본다. 

센터는 도내 비정규직 실태조사와 고충상담, 인식개선에 적극 노력해줬으면 한다. 또한 새 정부 정책기조와 발맞춰 제주도 산하 공사·출자기관의 '정규직화 로드맵'과 차별 해소방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별히 여성비정규직 근로자의 저임금해소와 처우개선에 더 각별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한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려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정규직 1위'라는 제주의 오명을 벗는데 제주비정규직 근로자지원센터의 '선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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