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치환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엄마가 자꾸 제 곁을 떠나실 준비를 하시는 것 같아 생애 첫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합니다."

인천시에 살고 있는 강 씨는 구순의 어머니, 1급 장애인인 언니를 위해 비행기를 태워주고 제주의 바다와 유채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무모한 여행을 감행했다. 그런 그녀에게 가장 높은 벽은 휠체어를 타야 하는 어머니와 언니의 이동. 렌트카를 이용하자니 비용부담이 커 여기저기 수소문 하고 부탁 해 보다가 자포자기에 이르렀을 때 사회복지협의회와 연결이 됐다. 사회복지협의회에서는 마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로부터 특장차량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어 차량지원은 물론 이들의 일정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도 섭외해 모녀들의 여정을 도울 수 있었다. 여행 일정을 마치고 돌아간 강 씨가 보내온 감사의 편지는 지역언론에도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돌발행동 등으로 인해 비행기 탑승이 조심스러웠던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십시일반으로 비행기를 전세 내어 나선 제주여행에도 JDC로부터 지원받은 특장차량이 한 몫 했다. 이처럼 차량 한 대가 누군가의 삶에 또렷이 새겨질 제주여행의 추억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기만 했다.

'국제자유도시'가 갖춰야 할 조건 중에 하나는 '차별의 제거'일 것이다. 차별이 상존하는 도시는 국제적일 수도 자유로울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장애유무, 국적과 종교 등을 불문하고 언제든지 마음 놓고 찾을 수 있어야 적어도'국제자유도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JDC가 지원해 준 특장차량 1대가 누군가 꿈꿔왔던 제주여행을 실현시킨 사례는'차별의 제거'를 위한 작은 노력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다행스럽게도 창립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활발해지고 있는 JDC의 사회공헌사업은'차별의 제거'를 위해 기여한 바 크다. 특장차량 지원을 통해 이동약자의 이동권을, 외국어 교육으로 동등한 교육기회를, 다문화 가족들에 대한 관심으로 공존의 기회를, 손편지 한 통의 진심을 믿고 작지만 소중한 소원 이루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점이 그렇다. 적어도 열악한 복지현장에서 만큼은 이런 노력들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런 노력들이 일회성이 아니라 매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럽기까지 한다.  

JDC는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이했다고 하는데,'제주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성숙한 개발'을 표방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JDC의 사회공헌사업이 시즌2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JDC의 사회공헌 시즌2는 그동안 특정대상에게만 집중되었던'차별의 제거'를 위한 노력이 보다 더 보편적인 관점에서 추진되었으면 한다. 어르신을 모시거나 장애인 가족과 함께 하는 제주여행이 장애와 난관을 극복하는 여행이 아니라 그야말로'여'기서 느끼는'행'복의 기회가 될 수 있는'복지관광'을 위한 환경조성, 제주인들의 꿈(Jeju Dream)을 이루기 위한 도전(Challenge)에 힘을 보태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통해'사회공헌'으로의 만족이 아니라'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소수를 위한 성을 쌓는'개발'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소중한 가치들을 지켜내고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와 슬기의'계발'을 선도해 모범적인 기업 사회공헌 모델을 제시하였으면 하는 욕심도 덧붙인다. 이를 통해 제주가 왜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민들의 궁금증을 풀어가는 단초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