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황혼길로 여행할 즈음의 나이가 되면 너나없이 웰빙(well-being), 웰다잉(well-dying)을 염원한다. 그러나 그 축복의 길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길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많은 사람이 노인성 질환이라는 반갑지 않은 복병을 만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두려운 질병이 치매이다. 누구도 걸리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치매는 국민 모두의 공포이다. 어르신들도 가족도 그 고통을 혼자 감당해서는 안 된다.치매국가책임제를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전국 통틀어 47개소에 불과한 치매안심센터를 252개소로 늘리는 예산을 배정했고, 전국 모든 시군구에 치매안심센터가 설치되면 치매 상담은물론 조기 검진을 통해 치매를 예방하고,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줄여드릴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에서 했던 시정연설의 일부이다. '치매국가책임제'를 실천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치매국가책임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 정책 1호이다. 치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지난 대선 때 공약한 바 있고 구체적인 추진 방향도 잡히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치매 관리 인프라 확충, 환자·가족의 경제 부담 완화, 경증 환자 등 관리 대상 확대를 골자로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치매지원센터 증설이 첫 번째 실행이 될 것 같다. 

치매지원센터는 이름 그대로 치매 환자와 가족을 돕고 치매 예방과 조기발견, 인식개선 등 지역사회 치매를 관리하는 곳이다. 이런 치매지원센터가 현재 전국에  47개소 운영 중인데, 이를 올해 안에 모든 시·군·구에 설치하여 252개소로 확충한다는 것이다. 

모든 시·군·구에 설치한다는 말은 지자체 기준이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는 행정시체제이다. 제주에는 몇 개소의 센터가 설치될까. 제주가 특별자치도로 전환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4개 시·군에 총 4개소의 치매지원센터가 설치될 것이다. 그런데 제주 행정체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2개소가 될 터, 제주 광역치매지원센터 1개소가 운영 중이니 새로 증설되는 205개소의 치매지원센터 중 제주의 몫은 1개소가 되는 것일까. 세부계획을 접하지 못하였기에 확언을 할 수는 없지만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려 되는 것이 사실이다. 

제주는 타 지역보다 더 많은 치매지원센터를 필요로 한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치매 유병율은 10%지만 제주는 12.1%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다. 그리고 제주는 혼인 후 분가를 당연시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노인과 함께 거주하지 않는 부양특성으로 인해 노인부부만 살거나 혼자 사는 경우가 많다. 조기발견의 기회를 놓칠 위험이 타 지역보다 높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아직은 치매국가책임제의 세부추진사항들을 마련하고 있는 시기로 보인다. 6월말까지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들리는 소식이 없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특별히 불이익을 받아서야 되겠는가. 때를 놓치지 말고 도정이 적극 대응을 해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치매에 걸리면 기억, 감정, 인식, 판단이 훼손되고 성격 변화, 우울, 불안, 망상, 환각, 배회, 공격성, 이상 행동, 수면 장애 등 성격·정서·행동의 문제들이 서서히 나타난다. 치매의 이런 특성으로 인해 본인은 물론 가족도 당황스럽고 대처하기도 어렵다. 치매푸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비용도 많이 들어간다. 그러나 치매는 완치되지 않지만 조기발견하여 관리하면 증상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 

제주는 장수의 섬이다. 그러나 치매를 앓으며 오래 사는 장수는 축복이 아니다. 치매지원센터가 적정 수 확보되어 제대로 기능을 한다면 치매퇴치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장수의 섬 제주를 건강장수의 섬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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