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이후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채용과 임금체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력서에 학벌이나 학력·출신지·신체조건 등 차별적 요인들을 일절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지시, 고용노동부는 이달부터 전국 332개 공공기관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을 다음달부터 지방공기업에 적용하며 민간기업에도 도입하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철밥통에 또하나의 특권 불변 

문재인정부는 또 박근혜정부가 공공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밀어붙였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도 폐지를 추진중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공단이 처음 성과연봉제를 폐기하는 등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되면서 5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도 조만간 동참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 최근 "공무원에 대한 차등적 금전 보상은 행정의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고 도리어 개인적·단기적 업무 수행을 유도, 공무원사회 내 팀워크 붕괴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인사혁신처에 성과연봉제 폐지 의견서를 제출, 폐지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공무원사회에서의 성과연봉제는 연간 총급여가 과거 호봉제에 비해 거의 떨어지지 않도록 설계돼 있어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예산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아이러니한 분석도 제시되고 있다.

올해 최초로 성과연봉제(기본연봉+성과급)가 적용되고 있는 5급의 경우 S·A·B·C등급 가운데 최하위인 C등급을 받아도 성과급에서만 조금 손해를 볼뿐 올해 호봉승급분까지 포함한 기본연봉이 고스란히 책정돼 총액에서는 작년 호봉제에 아래서의 급여가 보장되고 있다.

이처럼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조직에 자극을 주기 위해 도입된 성과연봉제마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폐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시대를 거스르면서도 변화를 모르는 제도 또한 없지 않다. 

20년 이상 지속돼온 공로연수제도가 대표적이다. '정년퇴직 예정자의 사회적응 준비'를 목적으로 1993년 지방공무원 인사분야 통합지침(행정자치부 예규)에 의해 도입된 공로연수는 경력직 지방공무원 중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내인 자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본인의 희망이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정년퇴직일 전 6개월 이상 1년 이내인 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양 행정시는 5급 이상은 1년, 6급 이하는 6개월 이내에 대해 공로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적응 준비라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형식적으로는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도 자치단체장이 공로연수 신청을 당연시하는데다 승진기회를 엿보는 후배들의 눈총에 못이겨 5급이상은 100% 자의반, 타의반 공로연수를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 환갑도 안돼 떠밀리듯 직장을 떠나는 당사자들의 쓰린 마음은 그나마 특수지근무·위험근무·특수업무·초과근무수당을 제외한 보수 전액 지급으로라도 위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를 무릅쓰고 견뎌봐도 60세 정년이 가까워오면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뚝뚝 떨어지는 일반 직장인에게 공로연수는 그림의 떡이자 철밥통에 이은 또하나의 공무원 특권으로 비쳐지기에 충분하다.

도민공감대 형성 노력해야

이처럼 공로연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전국적으로 꾸준히 제기되면서 공로연수를 아예 폐지한 기초지자체도 몇몇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와 양 행정시는 인사 때마다 공로연수로, 또는 고위공무원 유관기관 파견으로 몇 자리가 비느냐를 세는데 급급하기에 앞서 공무원조직과 도민사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는데 더 머리를 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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