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우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경제운영 원리의 중요한 축으로 사회적가치가 부상하고 있어 정부 역시 경제양극화와 불평등 극복 방안의 하나로 사회적 경제를 주목하고 있다…. 사회적경제는 일자리의 산실이자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임에도 아직까지 국민들이 일상에서 사회적경제의 효용성을 체감하고 그 중요성을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다"

지난 6월 29일 문재인 대통령의 사회적경제 박람회 영상 축사내용으로 인권과 노동권, 고용과 복지, 사회적 약자와 공동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25만 사회적경제 종사자에게 감사를 덧붙이며 건넨 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작지만 소중한 변화를 이끌어 온 사회적경제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공식적으로 '인정'한 대목이다. 

올해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지 10년, 협동조합기본법도 햇수로는 5년이 지났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비하면 최근의 인지도나 분위기는 참으로 놀랍다. 

지난 10년 동안 제주지역에서도 300개가 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만들어졌고, 종사자도 2천명 가까이 근무하고 있다. 우리 지역의 주요한 근로현장이자 생활터전으로 시나브로 다가서고 성장해 온 셈이다.   

전에 없던 변화도 상당하다. 여성들끼리 의기투합해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가는가 하면, 지역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며 손을 걷어 부치는 청년들도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남부럽지 않던 IT기업의 중견임원이 어느 샌가 사회적기업가로 변신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성장 없는 경제, 일자리 없는 사회를 넘어서서 사람 중심의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 절대적 명제. 성장의 과실이 일자리와 소득에 직결되는 그런 '고용을 품은 새로운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바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이 중심이 된 사회적경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엄밀하게 보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지난 10년간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긴 했으나, 전체 경제활동에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 2조원 정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고용규모도 유럽연합 6.5%에 비해 0.82% 정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많은 이들에게는 사회적경제라는 용어 자체가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포용적 성장동력으로 사회적경제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보다 우선 새로운 생태계다. 사회적경제를 위한 사람과 금융, 시장이 혁신돼야 한다는 얘기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능력과 지식, 정보로 무장한 새로운 인재의 유입이 선결돼야 한다. 정부의 마중물에 기대어 연명(?)하던 시기를 지나 사회적 금융이라는 틀 속에서 옥석이 가려져야 한다. 소비자와 시장도 사회적 가치를 평가하고 인정하는 새로운 개념에 익숙해지도록 보듬어가야 한다. 

또한 사회적경제와 관련된 여러 이해관계자의 노력도 함께 변화하고 발전되어야 한다. 가령 정부는 사회적기업 육성 초기 목표에 근거해 설계된 인건비 지원 중심의 일원화된 현재의 지원 제도를 유형, 업종, 성장 단계별로 정교화해야 한다.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기업 스스로 자생력 강화를 위해 지역공동체에서 더 많은 다양한 조직들과의 협업이나 공동사업을 발굴해내야 한다. 그리고 정부와 기업 모두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이 균형 있게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내는 데도 힘을 보태야 한다.

포용적 성장의 새로운 동력. 이제 제주의 사회적경제도 성큼 다가올 '거대한 전환'에 나설 길채비를 서둘러야 할 때다. 그래야만 앞으로 또 다른 10년, 사회적경제가 이 땅 제주에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커뮤니티 솔루션(Community Solution)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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