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독일과 국경을 접한 스위스의 도시 바젤. 과거 바젤은 지리적 여건 탓에 2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난민들이 넘치던 볼품없는 소도시에 불과했다. 하지만 오늘날 바젤은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 '아트 바젤(Art Basel)'이 열리는 곳으로 세계 미술계의 중심으로 부상했다. 

아트페어(Art Fair)는 그림을 팔고 사는 시장으로 보통 화랑들이 한 곳에 모여 작품을 판매하는 행사를 말한다. 프랑스의 피악(FIAC), 미국의 아트 시카고(Art Chicago)와 함께 세계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아트 바젤. 이를 주도한 이는 유럽의 거물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다.

바이엘러는 유명한 미술관 바이엘러 재단을 설립하고 1970년대 아트 바젤을 창설했다. 그는 특히 저평가되던 피카소와 인상주의 작가들의 작품 가치를 간파한 탁월한 안목 덕택에 유럽에서 손꼽히는 미술품 수집가가 됐다. 또 "예술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대로 천문학적인 가치를 지니는 그의 소장품들은 미술관 건립으로 사회로 환원됐다.

올해 40년이 넘은 스위스 아트 바젤은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를 비롯해 전 세계 갑부 컬렉터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작품을 구매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또 매년 6월 열리는 아트페어 기간에는 바젤 시내에 숙소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 세계 미술인들의 관심이 쏠린다. 특히 아트 바젤은 내로라하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최고가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소개돼 '아트페어계의 올림픽' '미술 명품 백화점' 등의 별칭을 갖고 있다. 아트 바젤은 2012년 홍콩국제아트페어를 인수하면서 아트 바젤 홍콩도 개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럽의 작은 소도시를 예술의 중심지로 부각시킨 것도, 아트 바젤을 가장 영향력 있는 아트페어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바이엘러처럼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이 모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예술과 휴양이 함께 하는 미술 시장인 '아트제주 2017'이 13일부터 4일간 하얏트리젠시 제주에서 열린다. 파블로 피카소는 "예술은 영혼에 묻은 일상의 먼지를 닦아내준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예술 나들이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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