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몹시 굶주린 여우가 먹을 것을 찾아 숲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다 포도를 발견했다. 배가 고팠던 여우는 포도를 따 먹으려고 몸을 세우고 앞발을 위로 뻗은 채 펄쩍 뛰어올랐지만 발이 닿지 않았다. 여우는 포도를 따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모두가 헛일이었다. 도저히 포도를 따 먹지 못하게 된 여우는 "저건 분명 신포도야" "어렵게 따더라도 맛없어서 먹지 못할 거야"라고 말하며 다른 먹을거리를 찾아 떠난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다.

독일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는 이솝 우화의 여우와 신 포도를 현대적 관점으로 고쳐 썼다. 여우는 포도 따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뛰어올라 결국 포도를 손에 쥐게 된다. 그런데 그 포도는 정말 맛이 덜 든 신 포도였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다른 여우들이 환호하는 바람에 그 포도가 신 포도라는 말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의기양양하게 "이 포도는 정말 달고 맛있어"라고 말한다.

제주도가 제주시 시민복지타운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여론이 따갑다. 도는 당초 시민복지타운에 제주시청사를 이전할 계획을 마련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청년층 주거복지와 시민복지타운 활용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시민복지 타운에 행복주택을 건설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제주시는 시민복지타운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추진하면서 당초 조성 취지인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한 '친환경 저밀도' 개발 방침을 뒤집고 건축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제주시는 시민복지타운 주변 개발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위해 건축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주시는 2011년 시청사 건물이 등록문화재고, 이전 비용이 막대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시청사 이전 불가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주시는 현 청사가 비좁다며 수백억원의 혈세를 들여 증·개축을 검토하고 있다. 행정이 "거기로 시청사는 옮길 수 없어" "옮기더라도 돈이 많이 들어 어려울 거야"라고 합리화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정책추진의 합리화보다는 도민의 삶의 질과 만족도 향상을 위해 도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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