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현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장

지난 6월17일 새벽 2시30분경 일본 동경만 인근 해상에서 '신의 방패'라 불리는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이 필리핀 컨테이너 화물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이 사고로 필리핀 대형화물선과 충돌한 미 이지스 구축함(피츠제럴드) 소속 승무원 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의 해군병사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구축함도 레이더 시스템 등이 심하게 파손되었다.

피츠제럴드함은 요코하마 인근 '요코스카' 기지를 거점으로 하는 미 해군 제7함대 소속 함정으로 시즈오카현 이로자키 부근 해상에서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크리스털호)과 충돌한 것이다.
피츠제럴드함은 길이 154m에 8000t급 규모이며, 컨테이너선은 길이 222.6m에 2만9000t급 규모인데 사고 당시 컨테이너선은 컨테이너를 가득 적재해 피츠제럴드함보다 서너 배 이상의 중량이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 해상보안청과 미 해군은 "충돌 원인을 조사 중에 있는데, 두 선박 직원들이 새벽시간 주의를 게을리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지스함이 거리 속도 등을 잘못 판단해 앞으로 지나치려 했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피츠제럴드함은 우현이 크게 파손돼 예인선 2척에 의해 요코스카 기지로 옮겨졌고 반면 크리스털호는 파손 부위가 적어 항해에 지장이 없고 승무원 20명도 무사한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에는 경상북도 영덕군 강구항 동쪽 112㎞ 해상에서 우리 어선이 훈련 중이던 미국 이지스함과 출동한 사고도 있었다. 당시 통발어선 N호(9.77t)가 미 해군의 이지스 순양함 레이크 챔플레인함(CG 57)과 충돌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지난해 4월에는 모 해경 소속 250t급 경비 함정이 해상 경비활동 중 139t 민간 트롤어선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완도군 청산도 북방 1.4마일 해상에서 경비활동 중이던 해경 함정 선미를 139t 트롤어선이 충돌한 사고였다. 이 사고로 큰 부상자는 없었으나 해경함정 안전사고에 경각심을 일깨웠던 사고였다.

지난 6월29일 오전 7시45분경에도 태안 가의도 인근해상에서 50t급 경비정과 레저보트(2.1t)가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날 사고는 짙은 안개로 인한 저시정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최근 3년간의 통계자료를 보면, 제주 관내 해상에서 발생하는 어선 등 민간 선박간 충돌사고가 2014년 18건, 2015년 23건, 2016년 41건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사고원인을 분석해보면 35% 이상이 인적과실인 운항 부주의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2월 8일 비양도 북방 14해리에서 발생한 외국 화물선과 우리어선 H호의 충돌사고로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되는 충돌 사고가 운항 부주의에 의한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이번 이지스함 충돌사고나 해경함정 사고와 같이 아무리  철통같은 방어망이나 첨단장비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잠시잠깐 방심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이처럼 해상에서의 선박 간 충돌사고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특히 군·경 함정이나 위의 이지스함 충돌 사고처럼 국가 기관 소속의 함정 사고는 국가의 위상이나 조직의 신뢰에도 큰 손상을 줄 수 있기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앞으로 이러한 해상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새벽시간 등 취약시간대 운항에 각별한 주의와 함께 음주운항 근절과 안개 등 저시정이나 기상이 좋지 않을때에는 스스로 조업 자제가 필요하다. 

그간의 사고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선, 화물선 등 민간어선 뿐만 아니라 군함 해경함정 등의 충돌 사고의  대부분이 인적 과실이었다는 점에 다시한번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가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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