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소방공무원들이 비리에 무더기로 연루됐다. 불법인줄 알면서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하위직부터 고위직까지 눈을 감은 결과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도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상당수 소방관은 물론 소방관들을 격려했던 도민들에게 크나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제주지역 소방관서에서 계약 담당 소방공무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소방장비 납품업자와 결탁해 지속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지검은 엊그제 소방공무원들이 장비 구매를 가장해 국가예산을 가로챈 사건과 관련한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수사결과는 충격적이다. 무려 101명의 소방공무원이 비리에 연루됐다. 이들 중 13명은 형사처벌을 받을 상황에 놓였으며 88명은 감사위원회에 비위사실이 통보됐다.

소방공무원들은 계약 업무를 담당하면서 소방장비 구매 대금을 납품업자에게 지급한 후 수수료를 공제한 다음 대금을 돌려받았다. 돌려받은 돈은 내부 회식비나 각종 행사비 등에 사용했다. 소방관서장 등이 부담할 비용을 업자와의 유착관계를 이용해 국가예산을 불법적으로 조달한 것이다.

일선 119센터 근무자는 물론 구매서류 등을 결재하거나 감독해야 할 소방관들도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이같은 비리 행태를 묵인하거나 제대로 감독을 하지 않았다. 장비 구매는 실제 검수만 하더라도 확인할 수 있는데도 감독자들은 계약 담당자가 직접 검수까지 하고 검수자 도장을 찍는 등 형식적 검수를 하도록 함으로서 비리를 방관했다.

제주지역 소방공무원들의 비리는 공직자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공정한 직무수행을 포기한 것이다. '과비' 마련을 위한 관행이라고 하나 잘못된 관행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엄벌이 필요하다. 또한 계약 단계에서부터 관리자들의 철저한 관리, 재고 관리 대장 관리 철저 등 계약·검수·재고 관리 전반에 걸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소방공무원들 내부에서 스스로 혁신하는 자세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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