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줄곧 회자돼온 화두 가운데 하나가 행정시와 행정시장의 위상 강화다. 인사와 예산 등 모든 권한이 도에 집중되면서 '제왕적 도지사'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반면 행정시장은 도 과장급만큼도 실권이 없다는 자조가 팽배했다.

이에 따라 기초지방자치단체 부활까지는 아니더라도 행정시장 직선제만이라도 도입하자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원 지사가 임기 도중에 서귀포시장을 교체키로 한 것은 행정시 위상 강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여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나 다름없다.

원 지사가 시장을 교체하는 이유는 기획조정실장 등 올해말 공로연수를 앞둔 주요 실·국장들이 무더기로 용퇴하는데 따른 공백을 메우기 위한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원 지사가 내년 6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중환 서귀포시장을 앞당겨 교체하는 것은 내년 6·13 지방선거를 의식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정년을 10년 가까이 남긴 '늘공'(늘 공무원)에다 원칙을 중시, 선거에 별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 시장을 본청 요직으로 발탁하는 대신 선거경험이 풍부한 측근이나 공무원 출신을 시장으로 임명, 선거를 치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후임 시장의 임기는 10개월에 불과, 그럭저럭하다 보면 물러날 형편이다. 결국 원 지사는 18만여 서귀포시민을 대표하는 서귀포시장 자리를 도 인사 땜빵용 혹은 선거전략의 하나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차제에 공로연수에 앞서 유관기관에 파견하는 폐습이 폐지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상 몇 개월씩 자진해 무위도식하며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을 용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자 도민 정서와도 맞지 않는다. 정녕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고 싶다면 차라리 명예퇴직이 나을 것이다.장또 도지사 후보들은 후보자등록 시 행정시장을 예고, 떳떳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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