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마이동풍(馬耳東風). 부드러운 봄바람(동풍)이 말의 귀를 아무리 스쳐도 아파하지 않다는 뜻으로서 충고를 들어도 전혀 받아들이지 않을때 쓰인다. 소 귀에 경을 읽는 '우이독경'(牛耳讀經)과 같은 말이다.

제주에서도 제주시 시민복지타운 공공청사부지(제주시청사 이전 예정지)내 행복주택 건립을 둘러싼 원희룡 도정의 '마이동풍'이 1년간 지속되면서 도민사회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원 도정이 지난해 8월1일 공공청사부지에 지상 10층 규모의 고층 아파트 행복주택 건립 계획을 일방적으로 밝힌후 도민사회에서 제기하는 입지 변경 요구를 1년째 묵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 도남동 주민과 학계·도의회·시민단체·정치권이 서민 주거복지의 행복주택 건설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친환경 저밀도' 시민복지타운 조성 목적을 무너뜨린다며 노형동 소재 LH 소유지와 이도1동 구도심내 시민회관 부지 등 다른 장소로 변경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원 도정은 '불통행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원 도정의 시민복지타운 조성 취지 훼손은 2001년 확정한 도시개발사업계획에서 확인된다. 제주시는 1997년 구제주권과 신제주권 사이의 도심지 완충역할을 위해 조성한 중앙대공원을 2001년 도시개발구역으로 변경하면서 시민들이 우려하는 도심 난개발을 의식, 건축물 고도를 제한하는 '친환경 저밀도' 원칙을 수립했다. 시민복지타운을 쾌적한 주거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녹지면적을 최대한 확보하는 한편 단독·다가구주택은 3층 이하, 준주거지 근린생활시설은 5층 이하로 제한했다. 그 결과 시민복지타운에 들어선 주택은 도내 다른 도시개발사업지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을 갖출 만큼 건축문화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합동청사도 5층 이하로 지어졌다. 

10년 이상 유지된 시민복지타운의 친환경 저밀도 원칙은 원 도정의 고층 아파트 건립에 이어 제주시의 건축규제 완화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제주시가 최근 시민복지타운내 건물 층수를 기존 3층에서 4층으로 높이고, 1주택당 가구수도 3가구에서 6가구로 늘리는 그릇된 행보를 보인 탓이다. 원 지사의 지상 10층 고층 행복주택 건립을 정당화할 목적인지 공동주택 건축 제한을 해제한 것도 모자라 조경면적도 30% 이상에서 20% 이하로 축소하는 등 '친환경 저밀도'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 

심지어 제주시 도시건설국은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서"라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시민복지타운 건축규제 완화로 녹지가 줄어들고, 공동주택 건축 제한 해제로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도시경관을 무너뜨리는 등 불쾌지수가 높은 도심 난개발이 초래됨에도 쾌적한 주거환경이 목적이라며 도민사회를 농락하고 있다. 

더욱이 시민복지타운 조성 당시 친환경 저밀도 원칙에 따라 계획한 수용인구 732명이 건축규제 완화로 더 폭증, 인구 증가로 주차·교통·상하수도 처리난을 겪는 노형·이도지구처럼 생활환경의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함에도 제주시는 거짓말로 난개발을 강행하고 있다.

원 도정의 마이동풍은 도시개발철학의 빈곤화에서 비롯됐다. 행복주택 아파트와 건축규제 완화가 시민 쉼터로 이용중인 녹지 잠식 및 도심지 팽창 등 난개발을 초래함에도 멈추지 않는 탓이다. 특히 도백을 위해 도민 행복권을 빼앗은 공무원을 향해 "영혼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우연의 일치인지 행복주택을 밀어붙이고, 건축규제를 완화한 고위공직자 2명은 같은 고등학교 출신이다.

원 도정은 지금이라도 시민복지타운내 거주민과 도민들의 삶의 질을 더 악화시키는 마이동풍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민사회의 요구는 친환경 저밀도의 시민복지타운 조성 원칙을 지키면서 쾌적한 생활환경을 미래세대까지 유지하려는 납세자의 당연한 권리 행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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