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모종이 죽었으나 살아 있는 나무 덕분에 벼락부자가 된 것 같이 마음이 뿌듯했어요. 돈 부자가 되었으면 불안할 텐데 나무 부자는 마음이 편해요. 모두 다 보고 감출 게 없으니까요”‘나무 심는 즐거움’중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1993)」「호박이 어디 공짜로 굴러옵디까(1995)」를 통해 잔잔한 울림을 줬던 농사꾼 사색가 전우익이 세 번째 에세이집 「사람이 뭔데」를 펴냈다.

 78세의 노인인 그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현학적인 가르침과 교시적 문장 대신 낯익은 삶의 풍경에 대한 아름다움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안도현 시인은 그에 대해 “작고 하찮은 미물들로부터 조국의 현실을 투시하는 눈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그냥 스치고 다니는 법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책에는 그가 나무를 키우며 홀로 사는 생활의 단면을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주고 있다. 김용준 선생의 「근원수필」 읽은 이야기, 도연명·노신의 삶과 작품 이야기를 단아한 어투로 말하고 있다.

 글이라고는 하지만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친근한 느낌을 준다. 저자의 독특한 어법 때문이다.

 나무와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워 가는 저자의 이야기들은 물질중심,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다. 현암사.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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