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건의 소설 「그 해 동물원에 있었던 일」은 특별하다.

 지은이가 현재 고등학교 2학년(오현고)이라는 점도 흥미를 끌지만 무엇보다 가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다루는 그의 녹록치 않은 문장구사도 눈에 띈다.

 올해 나이 열 여덟. 고 군이 펴낸 「그 해 동물원에 있었던 일」은 소설 기근 현상을 겪고 있는 제주문단의 앞날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한다.

 은행털이범이 자신의 이상향으로 삼은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독특한 환상을 소재로 다룬 ‘이상향’이나 게임을 소재로 삼은 ‘이중 게임’ 등 소설집에 실린 11편의 소설은 N 세대다운 소재의 참신함이 돋보인다.

 소설을 펴낸 다층의 변종태 주간은 “엄청난 독서량을 바탕으로 한 문장 구사는 고등학생이 장난삼아 썼다고는 믿기지 않았다”며 “기성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벼움이라고 할 수 있는 사이버 문화를 다루고 있지만 그 나이 또래가 갖는 심각성을 소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는 고 군은 소설 쓰기의 동기를 중학교 때 읽었던 조정래의 「태백산맥」「아리랑」이라고 털어놓았다.

 1학년 때부터 시작한 소설 쓰기는 국내 대학에서 주최하는 각종 문학상을 휩쓸면서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지금까지 수상한 문학상만도 연세대학교가 주최한 윤동주 백일장을 비롯, 12개가 넘는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고 군이 좋아하는 작가는 토마스 만과 무라카미 하루키. 최근의 N 세대들이 판타지 문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과는 다른 취향을 보여준다.

 생명의 관대성과 인간성을 지닌 지성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고전 「마의 산」과 일본 사소설의 전형을 보여주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사이에 놓여있는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고교생 소설가 고 건. 앞으로 제주문단의 버팀목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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