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굿을 펼친 풍물패가 관덕정 광장에서 축제 분위기를 돋우기 위해 한판 굿을 벌이고 있다.<강정효 기자>
 “입춘날 새로 부임한 1만 8000 영신님이시여, 올해는 제주도민 모두 펜안(편안)허게 해주고 도민들 앞날 다 발루아(발라) 줍서”

 제주도민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탐라국입춘굿놀이가 4일 ‘새철드는 날’을 맞아 제주문화의 발상지 관덕정 마당에서 하루동안 펼쳐졌다.

 제주시 주최, 탐라국입춘굿놀이전승보존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입춘굿놀이는 관덕정을 배경으로 김윤수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 칠머리당굿보존회장이 집전하는 입춘굿으로 시작됐다. 김윤수 심방은 이날 입춘굿에서 1만8000신과 자청비 할망신을 청해놓고 제주민의 무병무탈과 풍등풍어를 기원했다. 김 심방은 ‘수룩춤’‘할망다리추낌’도 제주굿춤도 선봬 제주무속의 독특함과 우수성을 알렸다.

 이날 입춘굿놀이에는 또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 홍복순씨외 2명이 무대에 올라‘홍웨기’‘용천검’등 성읍 민요를 불러줬고,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살풀이 예능보유자 이애주씨도 연물장단에 맞춰 무명천과 동백나무 가지를 들고 ‘입춘굿 살풀이’를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혼신을 다해 추는 살풀이와 긴 무명천을 온몸으로 가르는 춤사위에 관람객들은 숨을 죽였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놀이패 한라산의 입춘탈굿놀이. 모두 5마당으로 구성된 입춘탈굿놀이는 초청공연 진주오광대보존회원 ‘문등놀음’과 민족미학연구소의 ‘봉산탈춤’과 비교, 감상할 수 있어 재미를 더했다.

 이밖에 풍물굿패 신나락의 제주 연물장단과 풍물을 혼합해 만든 ‘신풀이’와 노래꾼 최상돈의 노래공연 ‘이재수야 이재수야’, 가수 정태춘씨의 ‘떠나가는 배’공연도 관람객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인물 그려주기·입춘국수 "인기만점"
 ○…입춘굿에 앞서 오전 11시 제주시청∼남문로터리∼중앙로∼관덕정 구간에서 열린 거리굿은 입춘날 벌였던 제주걸궁 ‘화반’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탐라왕이 직접 밭을 가는 모습인 ‘친경적전(親耕籍田)’을 상징하는 낭쉐와 입춘굿을 알리는 각종 깃발, 제주시내 16개동 풍물패가 펼치는 거리행진은 입춘굿놀이 분위기를 살리는데 한 몫 했다. 한편 박재동 화백의 "인물 그려주기"와 삼도동 부녀회가 제공한 "입춘국수"는 축제장을 찾은 사람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무신도" "자청비" 제청 분위기 돋워
 ○…탐라입춘굿놀이 무대인 굿청(제청)은 입춘굿을 알리는 각종 깃발과 물색지전, 무신도와 자청비 그림으로 장식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제주무신도 중 ‘천자위’와‘홍아위’ 대형그림과 99년 입춘굿놀이를 처음 복원할 때 선보였던 강요배 화백이 그린 ‘자청비’가 제청 양쪽에 세워져 분위기를 한껏 돋웠다. 자청비 그림은 단순히 자청비 그림이 아니라 ‘신격화’된 모습으로 거듭나 제주민들에게 풍농을 약속했다.

◈관람객 동원, 여전히 축제장 "과제"
 ○…입춘굿놀이가 시작돼 2시간 여가 지나자 관덕정 마당을 꽉 메웠던 관람객들이 한 두 명씩 빠져나가 행사 관계자들이 긴장했다.

 행사 초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중학생 등 학생 관람객까지 북적거려 주최측을 즐겁게 하더니 종반에는 이들 학생을 포함해 행사장을 가득 메웠던 할머니·할아버지가 자리를 떠나버려 “축제를 즐길 관람객 동원”이 또다시 축제장의 과제로 남겨졌다.

 한 관람객은 “입춘굿놀이는 민예총 관계자가, 한라문화제는 예총관계자만 모여 행사를 치르는 것 같다”며 “제주지역 문화예술인와 관청 관계자들이 ‘내편 네편’가르지 않고 서로 협력해 행사를 치른다면 두 축제 분위기는 모두 살아나지 않겠냐”며 한마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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