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창 제주항공정책연구소장·논설위원

지난 4월 제2공항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공개되면서 지역사회에서 한바탕 논쟁이 오갔다. 공항주변에 있는 오름을 깎는 문제였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 '제2공항 주변 오름 10개소'가 제한표면에 저촉되고 그 중에 수평표면에 있는 대수산봉은 약 40m정도 깎아 내야 된다고 발표했다. 제주도와 국토교통부는 다음날 바로 기자회견과 보도자료를 내고 '오름을 절취할 계획이 없다'고 반박했다. 

정부의 예산편성과정을 보면 주무부처가 어떤 사업에 대해 종합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예산을 요청하면 재정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는 500억 원 이상인 사업에 대해서 그 사업의 투자 효율성 등 경제적, 정책적 타당성을 사전에 조사한다. 이것을 '예비타당성 조사'라 한다.

제2공항사업은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 용역을 통해 입지를 성산읍 지역으로 정한 뒤, 약 4조10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기획재정부에 예산 협의에 들어갔으며, 기재부의 의뢰를 받은 KDI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공항주변의 제한표면은 항공기가 이착륙하거나 선회 기동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장애물을 제한하는 공간적 표면이다. 이 표면의 제한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의해 그 기준이 계속 발전해오고 있으며, 우리나라 항공법도 이를 따르고 있다. 공간에는 절대적으로 확보해야 할 진입표면, 전이표면과 착륙복행표면이 있고, 예외적으로 항공학적 검토에 의해 장애물을 그대로 둘 수 있는 수평표면과 원추표면이 있다. 

항공수요의 급증은 세계에 많은 공항을 건설하게 하고 있으며, 과학기술의 발달은 항공기 성능과 유도시설의 첨단화로 더욱 안전하고 정밀하게 이착륙하게 하고 있다. 항행유도시설과 위성항법을 이용하여 과학적인 비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하고 KDI는 1950-1960년대부터 설정된 원론적인 기준으로 제한표면을 검토했고, 국토부는 향상 발전되는 항공과학의 기술적인 바탕으로 검증했다고 볼 수 있다. 

일부 저촉되는 장애물은 그 위치와 높이에 따라 항공학적 검토에 의해 그대로 두는 사례는 외국의 공항에도 많다. 제주공항일 경우도 수평표면에 신제주가 지형적으로 걸려있고, 그 위에 고층건물까지 들어서 있다. 사라봉은 원추표면에 저촉되고 있다. KDI 주장대로 원칙적으로 장애되는 오름을 절취하면 좋겠지만, 안 해도 되는 방안이 있다면 굳이 비용을 들이고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꼭 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항공현장에서 선회접근을 위한 기동지역 확보는 자동비행장치(Auto Pilot) 등의 발달로 효용가치가 떨어졌다. 여객기에는 수평비행은 물론 자동착륙(Auto Landing) 기능까지 있어 착륙할 때 무인자동차처럼 항공기 스스로가 정해진 통로에 따라 활주로를 향해 접근하고, 조종사는 조종간에 손을 대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그런 면에서 KDI의 연구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으나, 더 심층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으로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항공 전문가그룹이 있는 국토부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KDI가 조사과정에서 의뢰된 용역보고 내용 중 이해되지 않거나 의구심에 대해 사전에 국토부와 협의하여 조정하였다면 이런 혼선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토부의 용역보고에도 기술적으로 중요한 공역 부분을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대수산봉 오름은 제2공항이 건설되어도 계기접근 절차로 항공기가 근접하지 않게 할 수 있어 절취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형상대로 있어도 공항 건설이 가능하다. 오히려 훗날 오름 정상에서 공항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활용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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