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영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논설위원

성서가 전하는 이야기다. 소돔과 고모라라는 말할 수 없이 타락한 도시가 있었다. 조물주는 그 도시의 타락됨을 견디다 못해 직접 쓸어 멸하고자 하였다. 거기에 살던 의인 중 하나인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조물주에게 간청하며 매달린다. "그 도시에 의인 쉰 명이 있어도 기어이 쓸어버리시렵니까? 의인 쉰 명을 보고 그 도시를 용서하지 않으시렵니까?" 조물주가 답하셨다. "의인 쉰 명이라도 있으면 내가 그들을 보아서라도 그 방탕한 도시 전체를 용서하겠다."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 도시에서 의인 쉰 명을 찾을 자신이 없어 조물주에게 마흔다섯 명을, 다음에는 마흔 명을 그것도 안 될 것 같아 스무 명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열 명을 찾으면 그 도시를 용서해 달라고 조물주에게 간청하였고, 조물주는 그러겠노라 하였다. 그러나 소돔과 고모라는 결국 조물주의 유황과 불심판을 피하지 못하고 잿더미가 되었으니, 그 도시 전체에 의인 열 명조차 없었기 때문이다(창세기 18장과 19장).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다. 여당과 야당의 포지션이 극적으로 뒤바뀌었지만, 정말 하나도 극적이지 않게도 여야 간의 쌈질은 여전하다. 그 쌈질의 내용은 새로운 정부에서 일할 장관을 포함한 주요 직책 후보들의 자질에 관한 것인데, 언제나 그랬듯이 여당은 그만하면 좋은 사람이라 칭찬하기만 하고 야당은 후보자가 전직(前職) 매국노라도 되는 양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고 으름장이다. 병역기피, 위장전입, 논문표절, 탈세의혹, 여성비하, 허위혼인신고, 음주운전, 범칙금 미납, 고액 자문료 수수, 각종 위법행위 등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의 잘 못은 아니지만, 청렴하리라 생각 된 자들 중에 고르고 또 골랐다는 자들이 보여 주는 삶의 궤적 치고는 그저 평범하기만 한 우리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아니 어떤 면에서는 사회의 지도급 인사니 하며 우리 사회에 군소리 쓴 소리 척척 해댄 그간의 행동을 떠 올려 보노라면 오히려 비루하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다.

만약 소돔과 고모라에 의인 열 명이 있었다면 조물주는 그 도시를 멸하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악과 거짓과 잘 못됨이 편만하고 의로운 자가 그리도 드물어 열 명을 꼽을 수 없을 정도의 사회라면, 성서는 조물주가 징벌하셨다고 얘기하지만 기실 그 사회와 도시는 굳이 조물주가 손을 쓰지 않더라도 지옥사회가 되어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임은 정해진 이치다. 

지금의 대통령이 인선의 원칙으로 내세운 5대 비위행위자 배제 원칙은 일찌감치 무너졌다. 새로운 정권에 대해 왜 거짓말을 하고 왜 큰 소리를 쳤냐고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이 나라를 이끌 실력자들 가운데 눈 씻고 찾아 봐도 몇 십 명이 안 되는 깨끗한 일꾼이 이렇게 없냐는 사실에 절망감을 가질 뿐이다.

물론 나라의 일을 수행하기 위한 고위공직자가 성직자의 도덕성을 갖출 필요까지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문 후보자들이 비난받고 있는 문제는 도덕성의 문제를 넘어 엄연히 실정법 위반의 행위들이다. 우리는 선진 외국의 인선과정에서 이렇게 위법행위로 인한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과거에도 현재에도 이렇듯 변함없이 터져 나오는 추문을 목도하며, 우리에게는 혹시 열 명의 의인조차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우리나라가 조물주에 의해 잿더미가 되어야 했던 소돔과 고모라와 같은 타락한 국가일 수는 없다. 그러나 한 줌 안 되는 청문 대상 공직자를 추천하는데 대통령이 스스로 정립한 원칙마저도 무너뜨려야 할 정도로 청렴한 지도층 인사가 없다면, 이는 우리 사회 어디엔가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 할 것이다. 그 문제가 무엇이든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금 당장 우리나라가 소돔과 고모라와 같이 멸망까지는 아니라도 발전과 진보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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