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하 공주대학교 교수 겸 한국ITS학회 수석부회장

남쪽 제주에서 교통복지가 시작되고 있다. 제주도는 오는 8월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주말 제주공항 진입로에는 꽉 막힌 차량에서 내려 짐을 들고 황급히 공항으로 뛰어가는 승객들을 자주 볼 수 있을 정도로 극심한 교통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과 이주민의 증가로 렌터카를 비롯한 차량의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제주도의 대중교통 역시 열악한 실정이었다. 제주도에서 올레길 등을 비롯한 관광지로 이동하려면 공항에서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배차시간도 긴 목적지까지의 버스로 환승하여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으로 관광객들은 렌터카를 관광교통수단으로 당연시 여기게 되어 제주도 전체 차량 중 8.4%(2016년 12월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렌터카는 일반 승용차에 비하여 운행시간과 운행거리가 길다. 즉, 일반 차량은 출근과 퇴근 시에 주로 이용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주차되어 있지만 렌터카는 거의 하루 종일 도로를 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운전자들이 거의 하루 종일 운행하다 보니 사고 위험성도 증대되어 제주도의 심각한 교통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주도는 제주교통 혁신사업을 계획하여 대중교통체계개편, 주차공간 대대적 확충 등 19개 분야별 사업을 추진중에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눈여겨 볼 사항은 70세 이상 도민과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등 교통약자에 대한 지원으로 도내 공항 리무진버스와 급행버스를 제외한 앞으로 준공영제로 전환되는 650여대의 간·지선 버스와 관광지 순환버스, 마을버스 등 모든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어르신들과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도 더욱 더 세심한 배려와 품질 높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하며 무료요금 도입으로 추가 재정비용이 발생하지만 교통약자들의 교통복지를 위하여 과감한 정책 추진을 결단하였다. 

이는 "국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복지정책 공약을 소리 소문 없이 이미 정책으로 실현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역대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사 중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되는 신임 김현미 장관의 교통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방안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장관은 고속도로 통행료, 철도운임과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 요금을 더 인하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정책변화 기조를 강조하며, 그동안 교통서비스의 수익성 측면보다는 교통복지 측면을 강조하는 의미이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 대부분 도시의 대중교통 운영은 지자체 차원의 공사가 담당하며, 전체 운영비 대비 약 20% 내외에 불과한 요금수입에 따른 부족분을 정부재정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는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성 및 접근성 강화가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 제공에 일조한다는 철학을 반영한 것이며, 대중교통은 당연히 정부가 제공하여야 할 공공복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선진국의 교통복지에 대한 개념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제야 인식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를 이미 정책으로 구현하는 제주도의 선견지명은 매우 놀랍다.   

또한 이번 대중교통 체계개편에 따라 제주도는 800여명의 운수종사자를 채용하였다. 이는 시민에 대한 공공서비스 강화가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된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물론 이번 제주도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사업에는 많은 사업비가 투자되고, 무료운임 확대에 따른 추가적인 재정부담이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함께 보다 나은 대중교통 이용 기회 제공으로 먼 거리의 일자리도 도민들이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등 사회경제적 편익은 투자 대비 상당히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을 비롯한 중앙정부에서도 제주도와 같은 지자체의 선제적인 교통복지 사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및 재정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남쪽 끝 한반도에서 시작된 교통복지의 바람이 오래된 가뭄에 제주도에서 시작된 장마전선 북상과 같이 전국 많은 도시에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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