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살신성인(殺身成仁). 자기의 몸을 희생해 옳은 것을 행한다는 의미다. 지난 1991년 12월 13일 광주광역시 서구 덕흥마을 상공에서 비행훈련 중이던 전투기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은 비상탈출을 시도해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한대의 전투기는 마을에서 10여m가량 떨어진 미나리 밭으로 추락하면서 이상희 대위가 산화했다. 당시 사고 기체에서 찾아낸 블랙박스에 담긴 육성이 알려지면서 이상희 대위의 마지막 결정에 국민들은 머리를 숙였다. "추락한다 탈출한다. 전방에 마을이 보인다. 탈출불가…" 마지막 교신 내용이다. 절체절명의 순간 이상희 대위는 전투기가 마을에 떨어지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군인정신을 발휘해 추락하는 전투기를 민가와 떨어진 미나리밭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이상희 대위는 군인으로서 국민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희생시킨 것이다.

최근 제주도가 도의회 선거구획정과 행정시장 직선 등 행정체제 개편 등으로 시끌벅적하다. 제주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제주도의회 의원 선거구 가운데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기준을 초과한 선거구가 발생했다. 도의원 정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법과 조례에 근거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가동됐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원회 권고안인 '도의원 정수 2명 증원'이 아닌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따라 이뤄진 여론조사를 바탕으로 '비례대표 축소'로 결정됐다.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행정체제위원회를 발족하고 도민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행정시장 직선(기초의회 미구성)' 방안을 제시했다. 내년 지방선거때 적용한다는 목표였다. 이 역시 제주출신 국회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논의가 중단됐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제주도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제주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설 계획 등은 도민 여론보다 정책 수립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추진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란 게 도민사회의 중론이다.

고 이상희 대위는 군인 정신을 발휘해 군인의 본분인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 정신을 발휘했다. 제주도와 국회의원도 나름대로 제주도와 도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도민도 그렇게 인정하는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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