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전국 252개 시·군·구 가운데 치매노인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남양주시 6055명,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5981명, 대구광역시 달서구 5090명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노인성 질환인 치매의 증가 추세는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됨에 따른 현상으로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치매에 대한 일반적 오해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가족이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치매도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집에서 가족이 온전히 돌볼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전문적 시설에서, 전문가가 돌봐야 하는, 엄연한 진행성 뇌병변이다.  치매는 현재 밝혀진 종류만 100여가지이며, 환자에 따라 발병연령, 증상과 진행속도가 다르다. 한 사람이 일생동안 치매에 걸릴 확률은 대략 13% 정도라고 한다. 초기에는 성격변화나 우울감 정도로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일반인들이 가족의 치매 상태를 인지했을 때는 이미 중기치매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가족과 환자의 고통은 상당하다. 가족은 먼저 '내 가족이 치매환자다'라는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진행상태에 따라 많은 파괴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거기다 사회적 인식의 부족과 국가적 대책의 부족으로 환자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치매정책으로는 먼저 상태에 대해 요양등급 심사를 받고, 5등급 이상을 받게 되면 방문간호, 주간보호, 단기보호, 복지용구 등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다. 치매환자가 있을 때 가족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그 가족의 미래에 영향을 줄 정도가 된다. 더우기 몇 년이 될 지 모를 투병생활이라 가족의 부담이 커서 가족해체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를 주요 국정 목표로 세우고 포용적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6가지 국정과제 가운데 치매국가책임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치매 관련 의료서비스가 취약한 지역에서 전문적인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향후 지금까지 설치되어있는 치매 관련 병원 등을 보강하고 보다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치매안심병원을 지정하여,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구체적으로 △본인부담 상한제 △장기요양 보험 혜택 △치매지원 센터 증설 △국공립 요양시설 확대 △종사자 처우 개선 등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 고령사회(Aged Society)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례없이 급속하게 진행되는 인구고령화로 노인돌봄정책의 중요성이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새 정부가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명시하며 치매국가책임제를 추진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역사회 돌봄은 '지역사회에서 노후보내기(Aging in placement, AIP)'를 목적으로 하여 노인이 살아오던 생활의 터전에서 노년기를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매국가책임제 이행 과정에 있어 의료적인 개입뿐만 아니라, 치매 노인이 지역사회 안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으며 존엄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돌봄의 영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제주도가 치매 국가 책임제 시행을 앞두고 TF팀을 구성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치매 국가 책임제가 시행된다고 해서 지자체의 치매 관리 책무가 감소되는 것은 아니다. 고령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라고 할 치매 환자 급증 현상은 결국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사회적인 시스템으로 관리해야 하는 현안이다.제주도는 중앙정부의 치매 정책을 보완하는 대안을 제시하는 등 선도적인 치매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환자들과 보호자들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 제주지역 특성을 반영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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