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수 제주관광대학교 기획부총장·논설위원

지난 두 달여간에 걸쳐 진행된 새정부의 주요 입각인선이 거의 마무리되면서, 제주출신 인사의 입각이 또다시 배제되어 아쉽다는 언론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가경영상 지역균형과 평등인사라는 관점에서는 전 지역에 걸친 고른 발탁인사가 최선책이지만, 정당후보방식의 대통령중심제인 우리나라에서는, 지역을 고려하되, 집권정당인과 협치능력 중심의 인사가 이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UN을 포함한 국제정치 상황에서도, 지역적 입지성, 경제력, 정치행태, 종교 및 문화 등 대표성을 고려한 대표집단을 형성하는, 소위 지정학(geopolitics)적 접근 논리를 원칙으로 하지만, 경제력과 정치력 등이 강한 나라의 경우에는 이에 관계없이 정치이념적 블럭을 형성하여 연합된 힘을 나타내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7월 초 독일 함부르크에서 12번째로 개최되었던 G20(Group of 20)정상회담만 해도, 회원 20개국가를 보면 각 지역을 대표할만한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국제교역량 등 경제규모를 고려하여, 선진 7개국(G7)과 의장국가 및 신흥 12개 국가들로만 구성되고 있는데, 이들 20개국의 GDP를 합치면 인구는 전세계의 3분의 2, 국내총생산(GDP)은 85%를 차지하는 규모여서 그야말로 세계의 선도국가(leading nation)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정상들이 만나 상호간의 협력과 의견교환을 통해 지역간 국가간 견제와 균형을 이끌어가는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작지만 강한 우리나라가 G20정상회담에서 사드문제와 북핵문제를 공론화하고, 참여국들의 상호이해와 협력을 끌어내고 세계정치의 관심을 촉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국가의 힘이자 지역의 힘" 때문에 참여가 가능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정치 역시, 원만한 국정수행과 통치를 위해서는 지역안배와 정당협치라는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결과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인사가, 지난 몇몇 전직 대통령들의 국정운영 인사시스템이 특정지역이나 특정출신학교 또는 비선조직 구성원들에게 치우치다보니, 지역의 균형발전은 물론, 결국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고, 또 공직비리가 만연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움을 갖게 한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이번 새정부의 인사에서 제주출신들의 주요보직 입각이 미미한 것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그에 걸맞는 차별화된 "지역의 힘"을 키워야 할 것 같다. 

제주는 일단 지리적인 힘에 있어서 여러 가지 점에서 뒤질 수 밖에 없다. 지리적으로는 섬이고, 인구는 70만을 넘지 못하고, 경제는 외부의존적 경제구조이며, 기후와 문화 역시 타지역에 비해 단조로운 상황이다. 기업과 일자리는 부족하며, 우수한 인재의 외부유출 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불리한 여건 속에서 제주를 키울 차별화된 힘(power)은 무엇일까? 

우선 지역경제력을 성장시키는 전략적 노력이 요구된다. 협치의식이 강하면서도 개척정신과 불굴의 정신, 김만덕정신으로 무장된 기업가정신은 바로 제주의 차별화된 경제성장을 견인할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지역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 제주 지역의 힘은 제주도민들이 밀어주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기존의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정치인들의 과거를 들먹이기 보다는 서로 상생과 공존, 칭찬과 타협을 기반으로 서로의 장점을 밀어준다면 조만간 입각에 성공하는 수많은 인재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 어느 리더나 정치인, 심지어 음악의 거장 모차르트에 이르기까지 그를 이끌어주고 밀어주지 않고 성공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제주 지역의 힘은 바로 사람의 힘이고, 사람을 키워가는 경제적 환경 역시 지역을 키우는 힘인 것이다. 이제부터 경제적 힘과 인재를 키우는데 우리 모두 앞장서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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