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요즘, '휘게라이프'라는 말이 화제이다. 뜻은 고사하고 단어조차 생소한 말이다. 최근 유명 예능프로인 무한도전에서 퀴즈로 나온 다음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급격히 유명세를 타고 있는 화제의 단어다.

'휘게'는 덴마크어라고 한다. 우리에겐 세계적 동화작가로 추앙받는 안데르센의 나라라는 것 말고는 나라조차 생소한데, 덴마크어로 된 말이 유행이라니 나이가 제법 든 분들에게는 당황스럽기까지 할 것이다.

암튼 덴마크인들은 이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휘게는 생소한 단어만큼이나 불리는 형태도 다양하고 정의도 다양하다. 후가, 휴거, 후그 등으로 불리는가 하면 내면의 정의로는 '친밀감을 자아내는 예술', '마음의 안락함', '짜증스러운 일이 없는 상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들을 즐기는 상태' 등이다. 

즉 "어떻게 살 것인가" 주로 현대 물질만능주의와 탐욕주의에 찌든 우리의 삶을 극복하기 위한 삶의 자세에 대한 담론을 품고 있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오늘 한국사회에서 '휘게라이프'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이어야 하는 지에 대해 재해석, 그리고 사회적 관계속에서의 휘게에 대해 폭넓은 해석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휘게라이프를 한마디로 정의할 순 없지만 그 본질은 '따듯한 관계'에 있다. 북유럽에 속해있어 춥고 혹독한 겨울을 견뎌야하는 덴마크인들은 따듯하고 온화한 것들을 찾아 헤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예전부터 양초, 램프, 달콤한 초콜릿 등을 많이 찾아왔다고 한다. 또한 그들은 그러한 따듯하고 달콤한 것들은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사회와 함께 나눴을 때 배가된다는 점을 오랜 세월의 경험을 통해 터득하게 됐다. 

덴마크인들은 휘게를 통해 따듯한 인생도 원하지만 혼자만의 평온함과 따듯함이 아니라 "더불어함께"하는 문화를 대단히 높이 사게 된 것이다. 그래서 사회적 친밀감을 중시 여긴다. "개인적 삶을 넘어 사회적으로 깊은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이야말로 휘게라이프의 본질이라는 점을 간과하지말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원칙이야 말로 덴마크 등 북유럽을 세계적 복지국가, 국민행복지수가 최상위권인 나라로 이끈 원천이 아닐까.

휘게라이프를 제대로 터득해낸 사회에서 국민들이 행복을 느끼는데에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단순하고 소박한 나눔과 이를 통해 사람과 사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활동, 그로 인해 다른 사람과 우리 사회와 함께하는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는 것이야말로 휘게라이프의 시작이다.

따라서 진정한 '휘게'를 위해서는 남들보다 앞서가야 하고, 남들보다 더많은 돈을 벌어야만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강박관념에 휩싸여 정작 내 주변사람들에게 소홀히 하지는 않았는가에 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 

'휘게'는 최근 우리 제주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혹독한 추위가 있었기에 함께하는 삶에 대한 고민을 했던 북유럽사람들의 삶의 태도를 봤을 때, 우리 제주는 자연환경부터 그들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천혜의 행복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휘게라이프를 찾아 제주로 내려온다. 휘게라이프의 성지로 최근 몇 년전부터 제주가 각광받고 있다. 

다만, 그에 걸맞게 우리 제주는 다른 곳보다 먼저 진보하고 있는가. 

'휘게'라는 유행어는 '빠름'과 '나홀로 행복'을 지향해온 우리 사회에게 '더불어 행복'에 대한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이제는 우리사회가 경제적 위상에 걸맞게 나눔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과 사회복지 발전의 길로 나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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