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정치부장 대우

최근 래퍼 아이언이 전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로 입건됐지만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논란이 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서울 신당동 거리에서 한 남성이 여성을 무차별 폭행했고, 시민들이 말리자 트럭까지 몰고 위협하는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데이트 폭력·스토킹·몰래카메라 등 젠더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젠더(gender)폭력은 성별 위계에 기초해 발생하는 폭력으로 여성이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 살인이나 가정폭력·성폭력·인신매매·여아낙태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생물학적인 성(sex)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정의되는 성을 가리키는 젠더와 결합해 젠더폭력이라 지칭한다. 문제는 연인간에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의 경우만 보더라도 피해는 늘지만 경찰신고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데이트폭력 피해 실태 조사 결과와 과제'에 따르면 피해자 188명 중 신고한 사람은 30명에 불과했다. 데이트 폭력의 경우 재범률은 76%가 넘는데 가해자가 또 다시 연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행을 사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풍조 때문이다. 신고를 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경찰신고를 하지 않은 사람이 3명 중 1명 꼴로 가장 많았다. 심지어 가해자는 '여자가 밤늦게 돌아다녔다'는 등 책임을 떠넘기기도 한다. 데이트 폭력 관련법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폭력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다. 법적인 보호조치 없이 피해자가 학대관계를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정폭력사건의 경우 긴급격리를 명령할 수 있지만 데이트 폭력은 특별법이 존재하지 않아 신변보호가 경찰관 개인에게 맡겨진다. 급기야 정부도 나섰는데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성별 차이로 일어나는 폭력 전반에 대처하기 위한 '젠더폭력방지기본법(가칭)' 제정이 포함됐다. 

알고도 당하게 되는 데이트 폭력. 결코 사소한게 넘길 일이 아니다. 데이트 폭력을 사랑 싸움이 아닌 엄연한 폭력 사건으로 처벌할 수 있는 제도 정비와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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