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제주국제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논설위원

원시시대, 식량을 구하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남성들은 사냥한 획득물이 상하기 전에 가족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한눈팔지 않고 최대한 빨리 돌아오려 했을 것이다. 한편 남성들이 사냥감을 구하는 동안 여성들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거주지 주변의 과일이나 풀을 채집했다. 이때 먹어도 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위해 이리저리 살피고 비교하고 확인해야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러한 습성은 인간이 먹을거리를 구하고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면서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다. 

쇼핑할 때도 여성과 남성의 구매행동이 확연히 다르다. 일반적으로 남성들은 구매해야 할 목표물이 보이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구매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성들은 구매하고 싶은 제품이 눈에 띄고, 결국 그 제품을 선택하게 되더라도 쇼핑몰을 전체적으로 돌면서 제품을 비교평가한 후 구매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이나 특별한 이야기 등 주변요인들이 목표물을 해석하고 느끼게 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인간의 역사를 유지시켜주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행위는 지금까지 인간의 진화와 함께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왔다. 

제품도 품질력만으로는 비교조차 하기 어려워지면서 감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구매목표 달성의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마케팅 기법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 감성마케팅이라 일컬으며 인간의 오감(五感)을 자극하여 감정을 느끼게 함으로써 소비자가 제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게 하고, 그런 제품을 구매했다는 성취감을 느끼도록 한다. 이와 같이 감성마케팅은 제품에 몰입하게 하여 일체감을 이루는데 편리한 요소로 사용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얼굴을 직접 볼 수 없다는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이모티콘으로 감정을 보여주려 한다. 기업들도 친숙함과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제품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모티콘을 제공하고 있다. 이모티콘의 표정을 해석하여 그 감정을 실제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무생물인 제품과의 관계에서도 감성마케팅은 효과적임을 알 수있다. 

감성마케팅은 비영리 조직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헌혈 부족이 고민이었던 브라질의 한 병원에서는 헌혈 후 붙여주는 지혈반창고를 헌혈자와 수혈자를 연결시켜주는 감성마케팅의 도구로 삼았다. 지혈반창고에 QR코드를 심어 지혈되는 동안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수혈받은 환자들이 등장하여 헌혈해 준 덕분에 이렇게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며 고마워하는 인터뷰 영상이 나타난다. 감동적인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세계로 노출되었고, 헌혈자들을 확보하고자 수행된 감성마케팅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필요하고 좋은 것을 취사 선별하는데 기울였던 진화의 노력은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데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수많은 제품들 중 소비자가 원할만한 가치를 찾아내어 감성을 자극할 수 있다면 새로운 제품으로서 신시장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이 주요 성장요인이던 과거에는 선진 기술을 따라잡는 빠른 추종자 전략이 지속 성장을 담보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기존의 제품이라도 남들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컨셉으로 완벽하게 새로운 제품으로 인식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먼저 뛰어들었다고 자신의 시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MP3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던 우리나라가 결국 애플에게 큰 시장을 내준 경험은 반드시 기술이 아니어도 우월적 지위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환경은 다소 약하지만 감성마케팅에 필요한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우리 제주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이다. 제주의 우수한 자연환경, 발굴되었거나 아직 발굴되지 않은 이야기들, 독특한 문화 등은 감성마케팅의 재료로 활용될 좋은 조건을 갖추었다. 인재, 기술, 자본 등 보유하지 못한 것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때 우리만의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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