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전남의대 교수·의료자문위원

결혼을 앞두고 얼굴에 난 여드름 치료약, 웨딩드레스를 멋지게 입으려고 먹고 있던 다이어트약, 감기 증상으로 무심코 먹었던 약 등 약물을 복용한 뒤 뒤늦게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 기형아 출산에 대한 걱정으로 산부인과를 찾는 여성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태아 기관이 형성되는 시기는 임신 5~10주이며, 이때가 태아 기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시기이다. 임신 5주 이전에 약물 복용은 태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가장 우려되는 약물은 여드름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제제이며, 태아에게 심장기형, 얼굴기형 등 심각한 기형을 초래할 수 있어 투여금기약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약을 복용 중에는 피임을 해야하며 복용 전후 지속적인 임신 테스트를 권한다. 약물 대사기간을 고려할 때 마지막 사용 후 최소 한달 간 피임해야 한다.

임신인 줄 모르고 다이어트약을 먹었다며 문의하러 오는 경우도 많다. 다이어트약으로 시판되는 약물 중 지방 흡수 억제제인 일부 약들이 투여 금기약물로 분류되어 있어 복용하면 안된다. 이외 다이어트약으로 사용되는 약물들은 이뇨제, 식욕억제제 등 아주 다양하며 투여 가능한 약물들이 대부분이나 약물종류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산부인과의사와 상담을 할 것을 권한다.

감기로 열이 있을 때는 해열제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제제가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가능하다. 콧물약의 경우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함유된 약은 임신 초기 복용 시 복벽파열 등의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어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겠다.

임신 초기 약물 노출 방지는 건강한 태아를 출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상시로 복용하고 있던 약물은 결혼을 앞두고 반드시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며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위해 적합한 치료제를 적절한 시기에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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