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부국장 대우 교육문화체육부장

영원할 것 같았던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의 '10년 천하'가 최근 막을 내렸다.

지난 7일(한국시간)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7 세계육상선수권 100m결선에서 10년간 세계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우사인 볼트가 3위에 그쳤다. 출발 전 여유 있는 표정으로 'A자'를 그려 보이며 스타트했지만 예상보다 출발이 늦었다. 우사인 볼트는 출발반응시간이 0.183으로 결승에 나선 8명 가운데 7번째를 기록하며 50m 이후 앞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지만 이전 전성기 때의 폭발적인 스피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육상 단거리 황제로 군림했던 우사인 볼트는 이날 9초95로 결승테이프를 끊어 저스틴 게이틀린(미국, 9초92)과 크리스천 콜먼(미국, 9초94)에 이어 3위에 만족했다. 올 시즌 9초82의 최고기록을 보유중인 콜먼은 5번 레인에서 레이스를 주도했지만 오히려 8번 레인에서 뛴 게이틀린이 중반 이후 무서운 막판 스퍼트로 볼트와 콜먼을 제치는 기염을 토해냈다. 12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탈환한 게이틀린은 '만년 2인자'의 설움을 씻어내며 피니시라인에서 볼트에게 무릎을 꿇고 존경의 인사를 했고 볼트는 그를 끌어안아 축하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황제는 떠났지만 한국단거리 육상의 희망도 봤다. 김국영이 한국육상의 새 역사를 새로 썼다. 앞선 5일(한국시간) 남자 100m 예선 5조에 출전한 김국영이 10초24의 기록으로 참가선수 가운데 조3위를 차지해 사상 첫 준결승 진출이라는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이어진 6일 준결승에서 10초40으로 질주를 마감, 지난 6월27일 강원도 정선에서 펼쳐진 코리아오픈에서 세운 한국신기록 10초07에 다소 못 미치는 기록이지만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궈낸 쾌거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1월16일)이 이제 100일도 채 남지 않은 두 자릿수로 좁혀졌다. 도내에서도 제주중앙여고가 지난 7일 가장 먼저 개학을 해 고3수험생들은 수능 대비에, 2학년과 1학년 학생들은 2학기 학사 일정에 돌입했다. 무더운 여름나기에 들어간 가운데 고3수험생들의 100일이라는 시간은 여느 때보다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보내는 시간에는 두 종류의 시간이 있다. 바로 크로노스의 시간과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크로노스는 양적이고 객관적인 시간개념으로 모든 이에게 주어지는 공평한 시간을 의미한다.  크로노스는 우주의 법칙에 따라 흘러가는 시간으로 일상적으로 무의미하게 지나는 시계처럼 항상 반복되는 1분은 60초, 1시간은 60분,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처럼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다. 이에 반해 카이로스는 질적이고 주관적인 관점의 시간개념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말한다. 이는 의식적이고 주관적인 특정한 시간으로 기회를 만들어내는 시간이다.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의미 있는 카이로스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시간을 크로노스로 사는 사람은 시간의 노예로 수동적인 삶을 살기 쉽고 반면 시간을 카이로스로 생각한다면 시간의 주인으로 능동적인 삶의 원천이 된다. 이렇듯 크로노스의 시간은 우리의 주관과는 관계없이 흘러가는 반면 카이로스의 시간은 인내와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김국영도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내며 인내하고 기다림을 통해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썼을 것이다. 가만히 크로노스의 시간에 안주했다면 예선탈락의 쓴잔을 마셨을 수도 있었다. 김국영은 귀국후 한 매체의 인터뷰에서 "2015년 훈련법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해 출전하는 U대회를 목표로 훈련 페이스를 조절하는 형태로 바꿨다. 이에 훈련 당시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계획'을 세워놓았기 때문에 전혀 조금함이 없었다. 당시 대회 실전부터 기록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고3수험생들에게 앞으로 남은 100일이란 시간은 3개월이 조금 넘는 시간이다. 고3수험생들이 자신만의 카이로스의 시간을 통해 마지막 그날까지 뜻한 바를 꼭 이뤄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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