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농가 모돈 생산 저하로 겨울 출하량 감소 우려
사료 섭취 기피로 작아진 계란은 한달 지나야 회복
제주지역을 강타한 폭염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는 축산농가들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극심한 후유증에 직면하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벌써부터 겨울철 출하량을 걱정하고 있는데다 양계농가들은 여름이 지나도 비상품 발생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생산량 감소에 따른 영업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12일 제주시내 한 양돈장을 확인한 결과 돈사마다 대형 에어컨과 지하의 서늘한 공기를 끌어올리는 펌프를 쉬지 않고 가동하는 등 돼지들의 입맛을 돋우기 위한 고군분투가 한창이었다.
무더위에 지친 돼지들이 사료를 먹지 않고 물만 마시면서 눈에 띄게 체중이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육돈사의 문을 열자 입구에 있던 일부 돼지들만 화들짝 놀라 일어날 뿐 나머지 1000여마리의 돼지들은 모두 바닥에 드러누워 있었다.
일부 돼지들은 아예 물통에 입을 담가놓은 채 거친 숨만 내쉬는 등 '입만 벌린 채 헐떡헐떡된다'는 농가의 하소연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농가 관계자는 "10~20℃ 사이의 지하 공기와 에어컨 바람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지만 돼지가 내뿜는 온기 자체가 높다. 축사마다 난로 1000여개가 붙어있는 것"이라며 "사료 섭취량이 약 10% 떨어지면서 무게가 줄어 출하 시기도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모돈의 자돈 생산과 비육돈의 출하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는데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워 돈사 회전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모돈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임신도 잘 안되고 자돈 생산수도 감소한다. 여름철 모돈 생산 활동 저하는 겨울철 출하량 감소로 이어져 심각한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양계농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닭들의 사료 섭취량이 15%가량 떨어지면서 산란율이 급감했는데다, 계란 껍질마저 얇아지면서 쉽게 깨지는 등 비상품 발생률이 높아졌다.
더욱이 평년보다 작아진 계란이 다시 원래의 크기로 회복되려면 3주에서 한 달가량 소요돼 무더위가 꺾인 후에도 생산량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젖소농가 역시 스트레스 인한 산유량 감소세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등 제주 축산업 전체가 폭염에 따른 후유증으로 허덕이고 있다. 고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