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정치부장 대우

최근 흥행 돌풍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광주의 참사 현장을 전 세계에 알린 독일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택시운전사'의 실제 모델인 고 힌츠페터의 부인 브람슈테트 여사와 영화를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많은 이들이 광주에 부채감을 갖고 있는데 영화가 진실을 규명하는 데 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 '택시운전사' 관람 열풍이 불고 있다. 이낙연 총리도 지난 6일 영화를 관람했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관람 일정을 잡고 있다. 또 국민의당의 경우 지도부를 비롯해 당권주자까지 앞다투어 영화관을 찾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치인들이 영화 관람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행보는 예전부터 자주 있어왔다. 2012년 10월 당시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부인 김정숙 여사 등과 개혁 군주로서 광해군의 면모를 모티브로 삼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고 말없이 5분 동안 눈물을 훔친 적이 있다. 이듬해 12월에는 민주당·정의당 의원들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부림사건 변론을 소재로 한 영화 '변호인'을 잇따라 관람했다. 당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영화가 친노계를 결집하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명량'이나 '국제시장' '인천상륙작전' 등 애국심과 역사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를 주로 관람했는데 박정희 시대 향수에 기댄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당선인 신분으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관람하고 베이징 올림픽이 다가오는 시기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5·18을 다룬 '화려한 휴가'를 보고 "가슴이 꽉 막혀서 영화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정치인들의 이러한 행보는 이른바 '영화의 정치학'으로 설명되는데 영화가 대중과의 공감대 형성과 감성적 접근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물론 보여주기식 이벤트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대중과 공감하려는 노력이 구체적인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소통을 위한 좋은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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