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신설동 재해위험개선지구 내 빈 집이 철거되다 만 채 방치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제주시, 재해위험지구 지정 후 5년째 보상 미완료
14가구 남았지만 철거 공사 강행…우범지대 우려

제주시 신설동 재해위험개선지구 주민들이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토지 보상에 합의하지 않은 14가구가 여전히 생활하고 있지만 철거 작업이 진행되면서 마을이 폐허로 전락한데다 3차 감정가도 책정되지 않는 등 개선 사업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제주시는 지난 2013년 3월 태풍 내습 시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제주시 신설동을 '재해위험개선지구'로 지정하고 올해 말 완료를 목표로 개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정 이후 5년이 지난 현재 토지 보상이 완료된 필지는 전체 64필지 6492㎡(56가구) 중 47필지 4668㎡(42가구)로, 보상률은 75%에 그치고 있다.

문제는 제주시가 토지 보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빈 집에 대한 철거작업을 강행, 주민들의 불편을 자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15일 제주시 신설동 마을 안길을 확인한 결과 사람이 살고 있는 집 바로 옆에 철거되다 만 빈 집이 가림막에 덮인 채 방치되고 있었다.

아직 철거되지 않은 빈 집 대부분은 문이 열린 채 온갖 생활 쓰레기들로 가득차 있는 등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열악하게 하고 있었다.

제주시 신설동 재해위험개선지구 내 아직 철거되지 않은 빈 집 대부분은 문이 열린 채 온갖 생활 쓰레기들로 가득차 있는 등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열악하게 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특히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과 빈 집이 한 골목 안에 섞이면서 야간에는 우범지대로 전락할 우려도 높다.

사정이 이런데도 주민들이 보상에 합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낮은 감정가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시가 제시한 1~2차 감정가는 3.3㎡ 당 170~200만원으로, 평당 1000만원을 오르내리는 도내 부동산 시세를 감안하면 턱 없이 낮다.

주민 강모씨는 "제주시가 조만간 3차 감정가를 제시하겠다고 했지만 1·2차 간 변동폭이 워낙 낮아 기대도 안하고 있다. 오히려 3차 감정가를 내세우면서 주민들을 압박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제주시의 감정가를 수용해 집을 팔면 전세는커녕 남의 집에서 사글세로 살아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철거공사가 진행될 때마다 집이 울려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남아 있는 주민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 불안속에 살고 있다"고 성토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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