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교수·논설위원

관계는 작용과 반작용의 균형이다. 입추가 지나서 탐라계곡을 걷다보니 나뭇가지에 단풍잎이 하나 둘 보인다. 나무는 태양이 주는 빛으로 에너지를 합성하고 빗물이 공급해주는 토양에서 영양을 흡수하면서 살아간다, 나무는 사계절 환경에 적응하면서 아름다운 꽃과 맛있는 열매를 우리들에게 공급해준다. 가을이면 단풍이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주고 낙엽은 땅에 영양분을 제공한다. 낙엽의 영양분은 빗물에 씻겨 바다로 내려가 바다생물을 풍요롭게 해준다. 나무는 자연에서 받은 것을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는 상호관계이다.

제주연안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놀래기류(어렝이류)는 황놀래기(어렝이, 돌어렝이), 용치놀래기( 술멩이), 어렝놀래기(멕진달이), 놀래기(코생이)를 들 수 있다. 어렝이, 술멩이, 코생이는 여름철에 산란하는 하계산란형이다. 여름철에 산란하는 어류는 수온이 높고 낮 길이(일장)가 긴 시기 조건에서 성숙이 유도되는 것이다. 늦가을에 산란하는 어렝이는 수온이 낮아지기 시작하고 일장이 짧아지는 시기 조건에서 성숙 유도되는 것이다. 어렝이류의 성숙유도는 수온과 일장 관계에서 종 특이성을 가진다. 관계는 상대요소에 따라 작용과 반작용의 반응이 다양하다. 

어렝이, 코생이, 술맹이의 성 특성은 수정란이 발생하여 각각 암?수로 분화하여 암컷과 수컷으로 성장한다. 그리고 암컷은 성숙하여 알을 산란한 후에 수컷으로 성전환 한다. 생물학적 용어로 어렝이는 자성선숙형 자웅동체어류이다. 멕진달이는 처음에는 암컷으로 성장하여 그 중 일부가 수컷으로 성전환하고 성전환과 함께 체형과 색깔이 변하는 독특한 어류이다. 코생이를 예로 보면  코생이 수컷은 원래 수컷으로 발달한 것(1차수컷)과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 한 수컷(2차수컷)이 공존한다. 이들 수컷에서 대부분 체장이 큰 것이 2차 수컷이다. 암컷의 큰 개체부터 수컷으로 성전환하기 때문이다. 산란시기에 코생이들의 산란행동을 보면 1차 수컷은 암컷 7~10여 마리와 짝짓기를 하고 2차 수컷은 암컷 한 마리와 짝짓기를 한다. 성숙한 1차 수컷의 정소무게가 5g이면 2차수컷의 정소무게는 1g 내외이다. 정소의 정자생산량과 짝짓기 암컷 개체수와 상관성이 있다. 관계는 상호간의 능력 범위에 맞게 이루어진다. 

코생이의 산란 타이밍이 생존전략이다. 코생이 산란시기는 여름철이다. 제주연안 여름철 수온은 밀물과 썰물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다. 여름철 제주연안 바닷가 검은 돌은 태양열기로 뜨거운 상태이다. 한 여름에는 맨발로 걷기가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밀물시기에 바닷물이 밀려오면서 암반의 열기로 수온이 상승한다. 연안에서 서식하는 코생이 산란시기는 물이 가득 찬 만조에서 물이 빠지기 시작하는 썰물 시기에 산란한다. 산란한 난들은 수정되어서 먼 바다로 이동하게 된다. 만약에 물이 드는 밀물시기에 산란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 할까? 아마도 코생이 수정난들은 암반의 뜨거운 열기를 받은 고수온 쇼크로 발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계의 타이밍이 생명이다.

우리 사회는 국가와 국가, 기업과 기업, 개인과 개인의 이해관계로 구성하고 있다. 여기에 혈연, 학연, 지연의 구성요소가 이해관계의 정도차이를 가진다. 노동자와 기업간의 이해관계 정도조절, 국가와 국민 그리고 정당과 국민간의 신뢰관계와 이해관계 설정이 정책방향이다.

이해관계는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형성된다. 신뢰는 상호간 믿음에서 만들어진다.  

다가서는 언행 보다 다스려는 언행이 많을 때 관계의 기본설정이 흔들리게 된다.

모든 관계는 자신에게서 시작하고 만들어 지는 것이다. 한라산 나무가 제주바다 코생이가 서식환경에 적응하는 생존 관계 특성에서 현대 사회생활에 살아가는 관계의 지혜를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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